'영혼의 도서관'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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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1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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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으로 정년 퇴직한 김모씨. 나이가 더 들기 전 사후(死後)를 준비하고 싶었다. 화장해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수목장을 생각하던 그는 마음을 돌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를 찾아 '자서전 제작'을 신청했다. 자녀들이 이 자서전을 읽으며 자신을 추억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앞으로 3년 후면 누구나 김씨처럼 인생을 활자에 담아 도서관에 남기고, 후손들 참배 공간까지 마련해줄 수 있다. 국내 최대 출판단지인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가 2011년까지 이런 '영혼의 도서관'을 세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혼의 도서관은 기존 묘역이나 납골당 대신 개인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남기는 새로운 장례 문화다. 책은 고인(故人)의 사진과 함께 전시된다. 납골 대신 '책'으로 고인을 기리는 도서관은 해외에도 전례가 없다. 물론 납골당 같은 시설은 없어 시신은 각자 따로 처리해야 한다.

'영혼의 도서관' 신청은 누구나 가능하다. 개인뿐 아니라 일가(一家)가 '가족사'를 책으로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 신청자가 자서전을 직접 집필할 수도 있고, 출판단지에 집필·편집·제작까지 모두 맡길 수도 있다. 출판단지는 이를 위해 사업자를 선정, '자서전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기웅(57) 이사장은 "영혼의 도서관은 시신이 아닌 정신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장례문화가 될 것"이라며 "처음엔 3000기 규모로 시작하고, 차츰 2만기까지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4년 문을 연 파주출판단지는 2011년까지 부지 68만㎡를 늘려 120여 개의 출판·인쇄 관련 업체를 추가 입주시키는 2단계 사업을 오는 9월 착공한다. 새 부지에는 영혼의 도서관을 비롯해 민족·역사·언어 등 잊혀져 가는 아시아 각국의 자료를 수집해 축적하는 '아시아 지식문화 아카이브'도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