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태워 세상을 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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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1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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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때 불당이나 제사상에서나 볼 수 있는 전유물로 여겨졌던 향이 건강과 명상을 위한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하면서 이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스로를 태워 세상을 향기롭게 하고 삿된 기운을 정화한다'는 향. 현재 향은 1995년 시작된 '우리향 피우기 운동' 전개로 13년째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종교적 전통과 수입향의 독성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교의 전통과 민간 신앙을 넘어 현대인의 건강과 정신 수양을 위한 향과 향문화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 향의 종류와 사용법

향은 모든 사물의 분별없이 스며들어 삿된 기운을 가라앉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향 한자루가 피워내는 향기를 가슴에 머금은 채 이뤄지는 명상의 시간 역시 향이 선사하는 최고의 미덕이다. 마음을 정화하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향. 향은 만들고 피우는 방법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향의 종류를 살펴보자.

▷편향(片香): 자연 상태의 향나무를 어슷하게 깎아 토막을 낸 것으로 일명 토막향이라고 불린다. 향완(香椀: 향을 담는 사발)의 불씨를 재에 묻고 그 위에 편향을 올려놓거나 최근에 나온 전기 향로를 이용해 향을 느낄 수 있다. 찻자리에서나 연기를 싫어하는 경우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분향(粉香): 가루향을 일컫는 말로 분향의 운치는 향인(香印: 향틀)에 있다. 다양한 의미를 가진 향틀을 고른 후 가루향을 다져 넣고 문양을 찍어내 피울 수 있다. 실내에서는 마른 솔잎이나 잣나무 잎을 이용해 향을 피우고 실외에서는 관솔로 불을 붙여 타들어가는 모양을 즐기면 된다.

▷선향(線香): 막대향이라 부르는 향으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향이다. 가루향을 반죽하여 국수처럼 길게 뽑은 것이다. 반듯하게 세워서 피우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나 비스듬히 꽂아 피우기도 한다. 이는 편안한 자리를 뜻하며 세워 피우는 것은 경건하거나 정성을 들이는 자리로 인식된다. 이를 보고 향을 대화와 예법의 뜻을 가졌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탑향(塔香) 및 수연향(水燃香): 탑향은 가루향을 반죽해 작은 원뿔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향불이 잘 꺼지지 않으므로 야외나 향의 연출을 즐기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탑향에 작은 구멍을 내 향 연기를 아래로 내리게 한 수연향은 연기의 신비로운 조화를 볼 수 있는 향이다. 수석에 물에 뿌린 후 그 위에 탑향을 올려놓으면 향 폭포수를 만날 수 있다.
(도움말=한국향문화연구소 이종엽 소장)

▨ 역사 속 향 문화

한국의 향문화는 불교 전래와 함께 시작됐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450년 눌지왕에게 보내온 양나라의 향물을 보고 묵호자(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 승려)가 '향'이라고 부르면서 알려졌다. 그 후 향은 불가의 중요한 법회나 작법의식, 육법공양에서 널리 사용되면서 대중화,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고려시대에는 향도(香徒)라는 불교신앙결사가 맺어져 신성한 곳을 찾아 향을 묻는 매향의식이 행해지기도 했다. 미륵불의 출현을 기다리며 현세의 청정과 복락을 함께 기원했던 것. 이 같은 의식은 민간에까지 퍼져 경전을 읽을 때나 서예를 할 때,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눌 때도 널리 사용됐다.

불교 외에 민간신앙에도 향문화가 깃들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장례의식 중 염을 하는 과정에서 향나무를 삶은 물로 머리를 닦고 쑥 삶은 물로 몸을 닦는 예가 바로 향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것. 단군신화의 신단수가 향나무의 일종인 것과 고구려 벽화 무용총에 등장하는 향로,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유향 등을 들어 선조들의 숨결과 함께 향문화가 향유됐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향을 즐기는 풍속은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 최근엔 불교의 헌향의식과 제사 등 일부 국한된 경우만 사용하게 됐다. 이마저 독한 수입향이 쓰이면서 향을 이해하고 즐기는 이들을 멀어지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