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문화의 변화와 우리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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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6-04-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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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늦은 밤, 전화벨이 요란스레 울렸다. 전화를 받으신 부모님은 아무 말 없이 옆집으로 가셨고 새벽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셨다. 이유인 즉, 옆집 아주머니께서 죽음에 임박했던 것. 이렇듯 예전에는 많은 가족과 이웃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임종을 맞이했다.
 
죽어서 영원히 사는 집, 즉 묘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30년 전 동네에 초상이 나면 상여소리가 울려 퍼졌고 가족들의 곡소리도 애달팠다. 망자는 동네의 야산이나 종중산 양지바른 곳에 묻혔고, 산이 없는 가족에게는 이웃의 땅임자가 땅을 내놓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었다. 화장(火葬)은 생각지도 못했고 상여를 보관하는 상여 집이 마을마다 자리 잡고 있었다.
 인구의 증가와 급속한 도시화를 겪으면서 이제는 집이 아닌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유교적 영향으로 오랫동안 지배해온 매장문화는 1980년을 기점으로 화장으로 돌아섰고 2005년에는 화장률(52%)이 매장률을 앞섰다. 2015년 말 전국 화장률은 79.1%이며 부산이 91.4%로 가장 높다. 필자는 장사유형 중 어느 것이 좋고 나쁨을 말하려는 게 아닌 변화되는 장례문화를 행정에서 예측했다면, 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며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장사문화의 변화에 힘입어 청주 목련공원은 2007년 월오동 산 4번지 일원에 총 254억원을 투입 78,000㎡부지에 화장장, 장례식장, 납골당, 관리동 등 종합장사시설을 준공했다. 2014년 7월 청주청원 통합으로 가덕 매화공원과 오창 장미공원까지 합쳐져 총 대지면적 1,590,296㎡과 목련공원 외 2개소 장사시설에 85,000기의 매장, 봉안당, 자연장 등 장사능력을 갖추고 있다.
 
화장중심의 장례문화가 대세인 요즘 자연장 시설을 준비하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나무, 화초, 잔디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를 지내는 친자연적 장례로 기존의 매장과 봉안에 비해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또한 후손들이 묘지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생활주변 가까이에 조성할 수 있다. 이에 청주시는 2017년 목련공원 일대 15,972㎡ 면적에 15,000여기를 수용할 수 있는 친자연적 수목형 자연장지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살아서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의미하는 웰빙(Well Bing)을, 생의 마지막은 의미 있는 죽음을 뜻하는 웰다잉(Well Dying)을 고민하는 요즘이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순리고 고인을 모셔두는 곳에 지나지 않던 묘지가, 이제는 추모공원이 되어 나무, 꽃, 잔디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고인도 추억하고 힐링도 할 수 있는 공존의 공간으로 재탄생 되고 있는 것이다. 울창한 숲이 된 목련공원에 나들이 가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서강덕 청주시 복지교육국 노인장애인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