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배운다] 화장장(火葬場)

페이지 정보

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6-02-27 13:58

본문

t신.jpg
며칠 전 '부산영락공원'을 다시 찾았다. 우리나라 장례 문화의 주류를 이루어온 매장 문화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시설이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별로 최신 공법을 도입한 화장장을 세우고, 이장 사업을 대리해주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거부감이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는 곳이다. 부산영락공원 역시 15개 화장로에서 매일 시신 55~75구를 화장하고 있다.  
 
겨울철에 찾은 부산영락공원.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함께 무거운 기운이 공원 분위기를 감싸고 있었다. 유족 대기실에서 오열하는 유족과 관이 점화하는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슬픔과 엄숙함 그리고 인생무상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필자가 생애 처음으로 화장장을 방문한 것은 38년 전, 막내 여동생이 죽었을 때였다.  

동생의 시신이 담긴 작은 관이 기다란 철책으로 들어간 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는 장면을 보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울지도 못하고, 남편의 팔을 꼭 잡은 채 벌겋게 타오르는 불꽃만 바라보았다. 속으론 "잘 가, 잘 가…. 다음 세상에서는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 다시 만나…"라는 말만 반복하였던 것 같다.

사람은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가지고 있다. 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늙고 병드는 과정을 거쳐서 사라져 간다. 100년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년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수명은 하늘이 주신 것이라고 하지만, 타고난 수명을 모르는 것이 사람이다. 나쁜 것을 최대한 멀리하면서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애석하게 죽은 사람 앞에서는 "명이 짧구나"라는 말로 위로하면서. 그러고도 몸을 함부로 쓰고, 나쁜 줄 알면서도 과음하고 흡연하는 것 또한 인생의 한 모습이다.

죽음과 함께 몸은 사라져 가지만 나의 정신과 영혼은 자식을 비롯해서 그동안 만난 사람들에게 남겨진다. 몸을 이루는 유전자가 자식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완전히 죽었다고도 볼 수 없다. 모습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화장장에서 불태워지는 어느 몸을 보면서, 몸은 사라져버리지만 그대로 남아 떠돌 그분의 마음과 여전히 남아 있을 영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누가 나의 영혼을 받아 안고 갈까. 내가 죽으면, 영롱한 히말라야에서 뿐만 아니라, 내가 잘 다녔던 먼지 뽀얀 부산 서면 어딘가에서도 나의 정신과 영혼은 '다른 그대'를 통해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