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문화유산 연천 유엔군 화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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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5-10-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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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에 대한 가치 판단이 예전과 달라지면서 새롭게 주목하는 것이 ‘근대문화유산’이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근대 시기에 만들어진 문화재를 뜻한다. 근대문화유산의 의미 속에는 시간의 경과에 상관 없이 근대 시기의 모든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고자 하는 의지도 담겨 있다.

문화재 보존의 철학적 가치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의 것’만이 아니라 이 땅에 남겨진 ‘남의 것’도 우리가 지키고 가꿔야 할 문화자산의 대상이 된다. 이 같은 문화재 가치의 변화를 보여주는 유적이 있으니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이다. 오는 10월 24일 ‘국제연합일’을 맞아 소개한다.

1951년 중공군의 4월 공세가 시작될 무렵, 임진강 방어를 위해 영국군 제29여단은 글로스터 대대를 적성 부근에, 푸실리어 대대를 감악산 북쪽 부근에,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의 합동대대를 현재 유엔군 화장장 시설이 있는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의 금굴산에 배치했다.

이후 임진강 전선에서 치열한 전투를 펼친 끝에, 연합군은 금굴산을 포함한 임진강 유역을 사수할 수 있었다. 전선도 임진강에서 15km 떨어진 북쪽으로 올라가게 됐으며, 대략 지금의 휴전선이 됐다.

하지만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치열한 전투에서 전사한 연합군의 유해를 화장하기 위해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이 건립됐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이 시설은 영국군이 만들었으며, 유해는 엄숙한 의례를 거친 후 분골함에 넣어져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시설의 운영은 영국군이 맡았으며 휴전 이후에도 관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은 부서진 건물의 벽체 일부와 7m 높이의 화장장 굴뚝만이 남아 있을 뿐이며, 지난 2008년 근대문화유산 제408호로 등록돼 현재에 이른다.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이 건립한 화장장 시설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 시설물에 관한 기록이나 사진과 같은 실증 자료는 많지 않아 원형 복원은 물론 학술적 연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시설은 1991년 국립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이 실시한 ‘군사보호구역 내 문화유적 지표조사’에서 처음 확인됐고, 뒤늦게 가치가 인정돼 2008년에야 국가문화재로 등록됐다. 그리고 최근까지 별 다른 유적 정비가 없다가 2013년에 예산이 확보돼 부지가 매입되고, 부분적인 정비가 이뤄져 탐방객을 맞고 있다.

그러나 미흡하기 짝이 없으며 ‘국가지정 문화재’라는 품격에도 걸맞지 않다고 본다. 차라리 이 일대에 추모비를 세우고 임진강 전투와 유엔군을 주제로 한 홍보관을 건립하는 등 추모공원을 조성해 그 뜻을 새겨보면 어떨까 싶다.

글로벌 시대이자 실리외교의 시대인 지금, ‘우리’를 지켜준 ‘남’을 배려하고 그들의 도움과 희생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국익에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이해관계를 떠나 이역만리 타국 땅에 와서 산화한 혼령에 대한 인간적 예의이기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