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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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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가장 큰 일을 네 번 치른다고 한다. 다른 말로는 통과의례라고도 하는데, 관·혼·상·제를 일컫는다. 지금 말로 바꿔 보면, 성인식과 결혼식, 장례식, 그리고 제사를 일컫는다. 요즘은 성인식과 제사는 시들해 지고 있지만 결혼식과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르려는 경향이 있다, 결혼식까지는 그렇지만, 장례식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갑작스런 일이어서 초상을 당하면 당사자들은 경황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이러한 일들을 도와주는 상조 회사들이 많이 생겨나서 나름의 부작용도 있기는 하지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마을에 초상이 나면 마을이장을 중심으로 호상소가 차려지고, 여러 가지 초상 치를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마을에서 이미 결혼한 장정들을 중심으로 상두꾼들이 꾸며지고, 장지에서 묘광을 준비하고 하관과 봉분을 만드는 사람들, 각 마을에 초상을 알리는 부고를 만들어 전하는 사람들을 정하여 각자 맡은 일을 하게 된다. 다음에 초상에 쓰일 여러 가지 물건들을 준비하는데 이 때 이 모든 물건들을 취급하면서 초상집에 공급해 주던 곳이 바로 상포이다.

상포에서는 상주들의 상복을 만들 옷감부터 상두꾼들이 쓸 여러 가지 용품들을 취급하였다. 마을의 결혼한 여인네들은 상포로부터 가져온 삼베 등 옷감들을 가지고 사자가 입고 갈 수의부터 시작해서 상주들이 입을 상복을 일일이 마름질하고 바느질해서 만들었다. 특히 수의를 만드는데 정성을 기울였다. 마름질하고 바느질하여 수의를 만들 때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하고 갖추어야 할 것들 가운데 혹시 빠진 것이 있는지 잘 챙기도록 하였다. 만약 수의를 바느질하다가 바늘이 꽂힌 채로 장례를 치르면 상주에게 해가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장례를 치르고서 상주의 옆구리가 갑자기 아파서 아는 사람에게 물어 보니 수의의 옆구리 쪽에 바늘이 꽂힌 채로 장례를 치러서 그렇다고 해서 다시 살펴보니 실제로 옆구리에 바늘이 꽂혀있어 빼냈더니 아픔이 사라졌다는 이야기 등을 하면서….

이렇듯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마을 사람들이 장례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만약 가족이 없는 사람이 돌아가면 이 집, 저 집에서 초상 치를 일에 필요한 비용을 조금씩 걷어서 아무리 외롭게 돌아갔다 하더라도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마을사람들 모두가 함께하여 사자가 외롭지 않도록 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