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며느리 현빈 조씨의 장례 절차

페이지 정보

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9 15:21

본문

소복을 입은 상여꾼 85명이 대여(大轝·국상 때 쓰던 큰 상여)를 메고 걷는다. 가마 좌우로 푸른 가림막이 길게 쳐 있다. 망자가 여성이라 일반인들이 상여를 보지 못하게 가린 것이다. 횃불을 든 사람, 곡을 하는 궁인(宮人)들, 죽산마(竹散馬·국왕과 왕비의 장례에 쓰인 말 모양의 제구) 등 각종 의장물…. 1751년(영조 27년), 영조의 며느리인 현빈 조씨(1715~1751)의 장례 절차를 기록한 '현빈예장도감의궤(賢嬪禮葬都監儀軌)'다. 필선은 섬세하고 색감은 또렷하며, 임금이 보던 어람용이라 붉은 선으로 테두리를 둘렀다.

145년 만에 고국에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들이 19일부터 두 달 동안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9월 18일까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하는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을 통해서다. '현빈예장도감의궤' 등 71점의 외규장각 의궤를 중심으로 '강화부 궁전도' 등 관련 유물을 함께 배치해 총 165점을 전시한다.

특히 현빈예장도감의궤는 국내에 없던 유일본 중 하나로 조선 후기 세자빈의 예장 행렬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다. 현빈 조씨는 1727년 영조의 장남 효장세자와 가례를 올렸으나 이듬해 효장세자가 요절해 후사 없이 홀로 지내다 세상을 떠났다. 영조는 어린 나이에 홀로 된 며느리를 늘 안쓰럽게 여겨 1735년 현빈(賢嬪)에 봉했고, 사후에는 친히 애도하는 지문(誌文)을 짓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렀다.

행렬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반차도(행렬 그림)는 세자빈의 시신을 모신 대여를 중심으로 22면에 걸쳐 그려져 있다. 등장인물은 1000여명. 대여를 포함해 1㎞ 행렬에 사용된 가마가 무려 18대다. 향로를 실은 가마, 각종 부장품 및 장례에 사용하는 집기류를 실은 가마, 혼백함을 넣은 가마…. 좁은 길을 지날 때 시신을 옮겨서 이동하기 위한 작은 크기의 '견여(肩轝)'는 상여꾼 47명이 메고 있다.

전시장 한 면을 가득 채운 대형 영상물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66세에 이른 영조가 첫 번째 왕비와 사별한 뒤 15세 정순왕후를 새로운 왕비로 맞아들이는 의식을 다룬 '가례도감의궤'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재현했다. 1.5㎞ 행렬에 등장하는 인물은 총 1299명. 창경궁을 출발한 왕의 행렬이 민가를 지날 때 백성들이 몰려나와 환영하는 모습은 살며시 미소를 자아낸다. 이수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신부를 맞이하는 왕의 가마가 처음으로 나타나는 의궤"라며 "백성들이 왕의 행렬을 반기는 모습은 의궤에는 없지만 다른 기록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