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빼고, 고치고… 다산의 손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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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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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의 생애와 학문·사상을 재조명하는 특별전 《다산과 가장본(家藏本) 여유당집(與猶堂集)》이 경기도 남양주 실학박물관(관장 안병직)에서 열리고 있다. 다산의 대표작인 〈경세유표(經世遺表)〉〈목민심서(牧民心書)〉〈매씨상서평(梅氏尙書平)〉을 비롯해 다산이 승려 혜장에게 지어준 시문첩인 〈견월첩(見月帖)〉, 다산의 편지와 초상화 등 총 71건 200여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가장본 〈여유당집〉은 다산이 회갑을 맞아 자신의 저술을 종합한 문집으로, 곳곳에서 글자를 교정하고, 문구를 보태거나 빼려 한 부호가 발견된다. 〈경세유표〉에는 몇 곳에서 붉은색 두주(頭注·본문 위쪽에 넣는 주석)가 보이고, 〈여유당집〉 잡문(雜文)(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에는 곳곳에 삭제를 뜻하는 '刪(산)'자가 크게 적혀 있다. 실학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1930년대 정인보와 안재홍의 교감으로 간행된 〈여유당전서〉가 다산 가장본의 수정 사항을 충실하게 따라서 재편집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가장본 중에는 다산이 공개하기를 원치않아 '비본(秘本)'이라고 표기한 것이 있다. 〈열수전서(洌水全書)〉 속집(續集) 10책 중 제8책인데, 겉표지에 '묘지명비본(墓誌銘秘本)'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이 책에는 다산과 가까웠던 이가환·이기양·권철신·정약전 및 다산 본인의 묘지명이 실려 있는데, 이들은 모두 1801년 신유사옥(辛酉邪獄)에서 장살(杖殺·몽둥이로 쳐 죽임)되거나 유배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죽은 사람의 행적과 그에 대한 평가를 담은 이 묘지명은 자기편을 핍박한 반대 당파를 비난하거나 원한에 맺힌 글이라 공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박물관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