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과 ‘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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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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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원로들이 잇따라 세상을 뜨면서 조문이나 장례 절차 등이 관심을 끌었다. 인터넷 등에도 애도하는 글이 넘쳐났는데 아래의 ㄱ처럼 “영면을 빌었다” “영면을 기원하면서”와 같은 표현이 많았다. 다음 두 예문을 비교해 보자.

ㄱ. 그는 천도재에 참석해 어머니가 영면하시기를 빌었다.

ㄴ. 그는 천도재에 참석해 어머니가 편히 영면하시기를 빌었다.

영면(永眠)은 ‘영원히 잠든다’는 의미로 ‘죽음’을 잠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므로 ㄱ처럼 ‘영면하시기를 빌었다’고 하면 ‘영원히 잠들기를 빌었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 ‘편안하게 잠들다’는 의미는 없는 것이다. 글쓴이는 아마도 영면의 한자 표기가 ‘永眠’이 아니라 ‘편안할 寧’을 쓴 ‘寧眠’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寧眠’이란 단어는 사전에 없다. 이때는 ㄴ처럼 영면 앞에 ‘편히’ ‘평화롭게’ 등의 꾸미는 말을 넣어 주면 ‘그는 어머니가 편히[평화롭게] 잠드시기를 빌었다’는 뜻이 되므로 원래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다. ‘영면’ 대신 ‘명복(冥福)’이란 단어를 사용해 “그는 천도재에 참석해 어머니의 명복을 빌었다” 정도로 써도 좋다. 명복은 ‘죽은 뒤 저승에서 받는 복’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