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오래된 새 길을 가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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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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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생사의례학과     외래교수  이 철 영

- 세상을 여는 하늘을 보다. -

이번호와 다음호를 통해 하늘과 땅에 대한 이해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의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2~3회의 글을 통해 하늘과 땅에 대한 이해를 마무리 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논의가 세상의 이치이고, 의례의 기본이며, 지리를 알고자하는 이들의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다. 지난 3호에 간단히 10간 12지에 대해 논하고 차후로 미루던 것이 이제야 정리를 하게 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고대로부터 시간 운용의 기본은 ‘하루’였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시간이라는 말보다 하루라는 말이 먼저 생겨났을 것이다. 이는 시간의 변화보다 하루의 변화가 더 큰 것으로 큰 변화를 먼저 알고 작은 변화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를 예를 들어 살펴보면 오늘이 1월4일인데, 이 표현은 달이 차고 기울기를 12번을 마쳐 한해의 변화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변화하여 첫 번째 변화하고 있다는 말이고, 4일은 이러한 달의 변화에서 4번째로 해가 떠올랐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천체의 변화에서 옛 사람들은 세상이 변하는 이치를 깨달아 겉모양의 변화를 논하지 않고, 그 성능의 변화에 주목하여 하늘에 10개의 해가 있어 그 능력으로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제부터 이러한 10종의 해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이러한 해의 변화는 식물의 변화를 통해 나타내어 그 변화를 알기쉽게 하였다.

甲 갑옷 갑; 씨앗이 벌어지며 싹을 내고 뿌리를 아래로 뻗으며 씨와 껍질이 나누어지는 모양. 최초의 해는 식물의 싹을 트게 할 수 있는 능력·성능을 가진 해이어야만 세상만물의 싹이 날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최초의 해의 모양은 자로 비교적 콩나물 같이 생겼다. 이것을 정리하면 甲이된다. 이것이 첫째 해 즉 제일 먼저 뜬 해의 작용으로 씨앗이 움이 터서 뿌리가 자라나는 모양이다.

乙 뻗을 을; 땅속에 든 식물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땅위를 향해 솟아오르는 모양. 그럼 이튿날은 어떤 성능을 가졌는가? 첫째 날의 움튼 싹인 甲이 그 다음에는 기어이 두꺼운 땅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으로 자의 형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땅이 부드러운 흙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래, 자갈 등 장애물이 있는데 이러한 자갈 등을 비겨서 올라간다. 이는 다시 말한다면 가까스로 올라가는 모습이고, 고생스러운 모습의 형상이다.

丙 나올 병; 땅속을 벗어나 안(內)에서 드디어 밖으로 나온 모양. 삼 일째 태양의 성능은 丙으로 안에 있던 것이[冖] 기어이 밀고 올라온다[入]. 이것을 합하여 자로 썼다가 변하여 丙이라 한다. 이 丙에서부터 씨앗이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왔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드러내다의 의미로 쓰이게 된다.

丁 장정 정; 식물이 위로 부쩍 자라 약간 구부러진 듯한 모양을 이룸. 병을 지나서 네 번째의 해의 성능이다. 이는 아주 딱딱한 땅을 뚫고 나왔는데(丙을 지나왔기 때문에) 丁에서부터는 그침이 없이 부쩍 자란다. 지상을 기준으로 땅 밑에서는 아직 빛을 못 보았고 딱딱한 땅을 뚫고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더디고 어려운데 일단 지상으로 나오고 난 다음부터는 빛도 쪼이고, 물고 먹음으로 자람이 거침이 없다. 거침없음의 순수 한국말은 “서슴없이 이다.” 이는 가다가 서거나 멈춤이 없이 계속 진행한다는 말이다. 이때부터 부쩍 자라게 된다. 이렇게 부쩍 자라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의 특징이 길게 자라면 끝이 구부러진다는 것이다. 이를 표현하면 자가 된다.

戊 무성할 무; 일단 부쩍 자란 것은 상하로 통하여(丨) 크지만 다시 옆으로 퍼져 꼬챙이(戈)로 속아낼 정도가 되니 = ‘무성하다’는 뜻이 되어 본디 글자를 이뤘는데 대개 무성한 것은 풀(艸)이기 때문에 ‘무성하다 茂(우거질 무)’로 쓰게 되었음. 丁에서 부쩍 크게 되면 다음은 다섯 번째 해로 부쩍 크고 난 뒤라 무성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래의 자형은 부쩍 자란 것은 상하로 통하여(丨) 크지만 다시 옆으로 퍼져 꼬챙이(戈)로 속아낼 정도가 되는 것이 ‘무성하다’는 의미에서 이를 합하여 자로 썼다가 변하여 戊자가 된다. 또한 자형의 변화에서 대개 무성한 것은 풀이기 때문에 艸자를 더하여 ‘무성하다는 의미로 茂(우거질 무)’로 쓰게 된 것이다.

참고로 우뚝 자라(丁) 다시 무성(戊)한 것 ⇛ 成 이룰 성 이 된다. 자형을 보면 丁과 戊를 합하여 쓴 것으로 부쩍 큰 것이 무성해 지다는 의미이다. 모든 것은 세로로 길쭉하게 자라서 크고, 가로로 퍼져서 넓어진 것이 완성되어지는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된다.

己 몸 기; 상하로 크고 옆으로 무성하면 그제야 굽혀져 조금쯤 자신을 안다는 뜻으로 굽어진 것 = ‘자신’ = ‘몸’ 丁과 戊를 지난 것은 부쩍 커서 무성하다는 말인데, 이렇게 무성하다면 부쩍 커서 기울어지게 된다. 己자는 기울어진다는 의미이다.

庚 클 경; 자라 무성해 익어진 것은 으레이 손()써서 창고(广) 안에 들여 놓아야(入) 그 속에서 다시 굳어 커진다는 뜻.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식물이 갑에서 시작하여서 싹이 트고 자라나서 무성하였다가 기에서 구부러지게 되었으면 이제는 식물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 이렇게 거두어들이는 것이 庚으로 경자의 자형을 분석하여 보면, 손으로 거두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먼저 손을 쓰고[] 이렇게 거둔 곡식을 창고에 넣어야 하는데 창고의 의미로 广[집 엄]자를 쓰고 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入자를 써서 합하여 庚자가 된다. 이렇게 창고에 거두어 두는 것과 밭이 그대로 둔 것을 비교해 보면 창고에 거두어 넣어둔 곡식이 물기가 가셔지면서 더 여물어 지고 커지기 때문에 음과 훈이 [클 경]자가 된다. 즉 밭에서 익은 것(己)을 거두어 창고 속에 넣어 더 여물어 진다.

辛 매울 신; 꼬챙이의 모양 = 찌르면 맛이 ‘맵다’ 죄를 지으면 그 대가로 찌르니 = ‘죄’라는 뜻도 있다. 이렇게 창고 속에 넣어서 저장을 하게 되면 흔히 저장한 곡식에서 묵은내가 나게 된다. 이렇게 묵은내가 나는 것을 다른 말로하면 맛이 든다고 한다. 이러한 맛에 대하여 알아보면 5종류가 있는데 단맛, 매운맛, 짠맛, 신맛, 쓴맛  등이 있다. 이러한 五味 중에서 맛 중에 가장 극명한 맛을 매운맛이라 하고, 고통을 매운 맛으로 보았다. 이 매운맛을 형벌도구인 꼬챙이로 찔러서 느끼게 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찌른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를 논바닥에서 썰매를 탈 때 쓰는 고챙이를 글자로 써서 자로 썼고, 여기에 찌르면 피가 나기 때문에 피를 흘리는 모양을 [八]자로 써서 자로 썼다가 변하여 辛[매울 신]자가 되었다.

壬 오뚝할 임; 창고 안에 들었던 곡식은 커서 더욱 맛이 들면 다시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해 짝을 만나 잉태하니 =‘오뚝하다’ 흙에서 돋은 싹이 부쩍 크듯 배가 불러진 모양. 辛자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창고에 넣어서 저장을 하면 맛이 들게 되는데, 이러한 맛이 든다는 것은 변화되고 없어진다는 것으로 이를 죽는다고 한다. 이렇게 죽을 때가 되면 모는 생물은 종족을 보존하기 위하여 종자를 퍼지게 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펼친다. 임신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는 土자에 다음으로 이어지도록 계속된다는 의미로 앞부분을 굽어서 자의 자형으로 썼고 변하여 壬자의 자형을 가지게 된 것이다.

癸 끝 계; 사방에서 화살이 날라와 죽지 않을래야 죽지 않을 수밖에 없는 기로 = ‘끝나다’는 뜻. 자형적 의미는 고대에 화살은 무기로 죽이는 데 쓰인다. 이러한 화살이 사방에서 날아오면 피할 수도 없고 결국은 꼼짝없이 죽게 되는데 이러한 모양을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가운데 사람이 있는 모양을 형상하여 자로 썼고, 이 자가 변하여 자로 쓰다가 변하여 癸자로 쓰고 음과 훈이 [끝 계]이다.

旬 열흘 순; 옛날 사람들은 해가 10개라고 보아 이른 바 ‘十干’으로 날을 셈했는데 이처럼 10개의 해가 뜨고 지면 10개가 모두 한 바퀴 돌았다고 여겨 이를 ‘열흘’이라 여겼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의 변화는 10개가 있게 되는 데 이러한 10번의 변화를 한 묶음으로 해서 나타내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어서 만들어 낸 글자가 旬자가 된다. 자형의 구성은 해를 중심으로 1에서 10까지를 한바퀴 돌았다는 의미로 자로 쓴 것이 旬자의 원자이다. 그래서 한달을 나눌 때 해의 변화가 되는 10일을 기준으로 해서 처음의 10일이 上旬 또는 初旬이라고 하고, 다음을 中旬, 下旬이라고 하는 것이다.

성현의 말씀에 “誠者는 天道也요,  誠之者는 人道也라.”라 하였다. 정성스러운 것(실다운 것)은 하늘의 도리이지만, 정성을 다하려 노력하여 가는 것은 사람의 도리라하였다. 새롭게 계사년을 시작하면서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