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장을 제대로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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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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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문화의 다양화와 장묘(葬墓)의 자유를 권하는 사단법인 한국의례문화연구회에서 기독교인과 대학생의 장례문화에 대한 설문 조사와 한국인의 죽음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인의 죽음관은 종교인과 비종교인에서 확연히 구분되었다. 종교인은 대체로 죽음을 담대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비종교인, 특히 자신이 무교(無敎이든 巫敎이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죽음에 대하여 매우 두려워하고 걱정했다.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종교인이나 비종교인 모두 막연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은 혼재된 죽음관을 가지고 있다. 그 죽음관은 시루떡 형태의 사고로 맨 밑바탕에는 토템적이고 샤마니즘적인 사고, 무속적인 사고, 불교와 유교, 기독교, 그 위에는 혼합주의적인 종교로 무장한 온갖 자기주장의 잡탕적인 사상과 사고가 겹겹이 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은 자기 스스로 제대로 된 죽음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자기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러한 한국인의 심리는 죽은 사람보다 살아있는 유가족들에게 영향을 주어 가족이 죽으면 망자보다는 산자들의 애절함을 달래기 위한 방법이 있었다. 그 방법으로 오구굿이나 씻김굿을 행했다. 또한 수백 년을 이어져온 유교의 장례절차는 산자들을 배려하는 많은 요소들을 담았다. 많은 변화를 거쳤다고 하지만 지금도 남아있는 유교의 절차들은 유가족들의 사별치유와 관련이 있는 점들이 매우 많다. 유가족들을 위한 사별치유 관점에서 본다면 장묘의 한 방법인 매장 또한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는 매장 아니면 화장이라는 극히 폐쇄적이고 이중적인 장묘성향을 보였다. 이러한 이중적인 형태의 장묘는 화장 후에도 흔적을 남기기 위해 납골시설이나 납골묘를 통하여 유분을 다시 안치하도록 했다. 이중적인 장묘는 결국 화장의 좋은 점을 홍보하는 것보다 매장은 절대 안 되고 화장은 무조건 좋다는 식의 화장 장려운동으로 변질되었다. 그 잘못들이 만들어낸 폐해는 이미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고래로 우리나라의 매장은 평장을 염두에 두어 둔 장법이었다. 무덤의 사각 둘레석은 서양 장묘의 한 방법이다. 서양에는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 귀신은 시간이 지나면 무서운 악령으로 변하여 사람을 해친다고 여겼기 때문에 악령을 가두는 돌집이 필요했다. 그 돌집을 만들기 위해서 무덤둘레를 돌로 만들었다. 이 문화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우리나라에 유입되어 이제는 무덤을 돌로 두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화장을 하고난 다음에도 흔적을 남기기 위해 돌무덤을 만들고 유분을 보관하기 위한 납골시설도 예외 없이 돌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돌집들은 몇 백 년이 갈 것이고 결국 흉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몇 세대가 지나면 심각한 재앙꺼리가 될 것이다. 심지어 몇 십 년, 몇 백 년 매장되어 있든 무덤들을 파서 집단평장을 만들고 그 위에 다시 와비석(臥碑石)을 놓는다. 이런 형태는 전형적인 매장의 흔적 남기기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장 개념이 없었다. 일본 NPO 법인인 장송자유촉진회와 교류가 있었던 한국의례문화연구회에서 이 자연장 개념을 2005년부터 정부와 국회에 꾸준히 제기하여 2008년 장사법이 개정될 때 도입했다. 자연장은 매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화장을 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장묘방법(葬法)으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물론 본인이 아무리 원해도 유가족이 해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작금에 들어 자연장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자연장을 한다는 명목으로 화장한 유분을 쓰레기로 취급하여 흙에 섞어서 폐기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자연장을 새로운 사업꺼리로 만들려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자연장의 특별한 형태를 마치 새로운 장례방법인양 왜곡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은 존엄하기 때문에 그 죽음도 존엄해야 하고 주검의 처리도 엄숙해야 한다. 그 엄숙을 온 동네잔치로 승화시키면서 삶과 죽음을 생각했던 것이 한국인이다. 그런데 몇 십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인간의 주검이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렇게 된 원인은 도시화로 인한 편리성과 효율성을 빙자하여 잘못 도입된 장례방법 때문이다. 화장이 매장보다 좋다는 논리, 집에서 장례를 치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주검을 상품으로 만들고 사업꺼리로 만들어 버렸다. 그 일에 사람을 살려야 할 병원까지도 개입되었다.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엄청난 재앙이 생길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람의 태어남과 죽음을 통한 주검의 처리는 국가와 공동체의 몫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시라?

박철호(시인. 한국 CSF발전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