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승은 끝났다. 판을 키우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1:03

본문

박철.jpg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판승을 매우 좋아한다. 유도에서 한판승은 금메달로 가는 지름길이다. 결승전에서 한판승은 선수보다 보는 관중들의 마음을 뻥 뚫리게 만든다. 그 한판승을 만들기 위해 선수는 4년 동안 피와 땀을 몇 말을 흘려야 하는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한판승을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사법시험 준비를 하던 사람들도 한판승을 노린다. 지금은 로스쿨로 전환되어 사법시험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지만 한 때는 촌놈일수록 사법시험은 로망의 대상이었다. 촌놈이 죽자 살자 공부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아무리 못사는 집이라도 돼지를 몇 마리 잡아 동네잔치를 했다. 사법고시 합격은 가문의 영광이고 동네의 영광이고 그 고을의 영광이었다.

요즘 한판승의 최고봉은 로또이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것을 누구나 바라는 일이고 1등만 하면 상상할 수 없는 돈이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이 제대로 사람구실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부자가 되긴 되었는데 그 돈이 본인을 잡아먹는 하마가 되어 버린다. 한판승은 잘 관리하면 매우 좋은 결과가 생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 돈은 날개가 달려서 훨훨 날아가기를 좋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돈과 재산을 자기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많은 돈이 생기면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폐가망신하거나 알거지가 되고 만다.

CSF(의례ceremony, 상조sangjo, 장례funeral)판도 마찬가지였다. 한 때는 결혼예식사업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웨딩홀을 만들면 돈이 자동적으로 굴러 들어오는 줄 알았다. 장례식장을 만들면 돈을 긁어모을 줄 알았고 장례지도사가 유망직종이 될 거라는 소문 속에 장례학과로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올 줄 알았다. 화장(火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한국적 납골묘 사업을 하면 떼돈을 버는 것처럼 생각했다. 심지어 어느 시기는 정부에서 후원금을 주면서 조상 산소를 모조리 파서 납골묘를 만들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몇 만기, 몇 십 만기 납골당을 만들면 몇 백억, 몇 천억이 들어오고 수목장을 만들면 돈벼락을 맞는 줄 안다. 많은 사람들이 한판승을 꿈꾸며 신기루가 나타나기를 기대했지만 허공의 구름이었다. 모 심리학자는 그런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지게 지고 기름통에 빠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한국의 CSF판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CSF판 전체가 년 25-30조 시장이라고 예측한다. 그 중에서 상조, 장례 판만 5-7조라고 말한다. 국가로부터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년 20조 이상의 판이 형성되어야 한다. 또한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년 30조의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CSF판이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한국적인 상조제도(상부상조)가 고리역할을 하면 훨씬 판이 커질 수 있다.

고령화 인구가 많아질수록 CSF판은 커지게 되어 있다. 65세 이상 인구층이 늘어나면 다양한 의례나 의전이 필요하다. 그에 따른 대비나 대책 없이 한판승만 생각한다면 모두가 지리멸렬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2-30년이 지나면 변화를 시도한다. 일부에서는 의례관련 자격을 가진 사람이 18000명이 넘고 장례지도사가 13000명에 육박하고 상조업 종사자가 5000명이 넘는다고 말한다. 이제 CSF판을 키울 동력은 만들어졌다. 그 동력을 어떻게 하나로 묶느냐가 숙제일 것이다. 30조의 CSF판을 하나로 만들고 아우를 수 있는 법이 필요하고 대변할 창구가 필요하고 관리 감독할 기관이 필요하다. 초 고령화 사회를 위한 준비는 정부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도 해야 하고 관련업계도 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CSF 업계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박철호  한국 CSF 발전 연구원장, 건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