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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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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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철면피 같은 담배녀가 나타났다고 인터넷이 중계를 했다. 분당선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노인과 싸움을 벌인 담배녀가 어느 용감한 시민의 휴대폰에 찍혀 인터넷을 통해 중개되는 바람에 유명인(?)이 되었다.

또 8호선에서 담배를 피우던 담배녀가 젊은 친구의 휴대폰에 찍혀 인터넷을 탔다. 8호선의 담배녀가 분당선의 담배녀가 맞다고 하면서 지하철 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을 검거해서 즉결심판에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즉결 심판에 넘기고 발표한 내용이 희한하다. 그 담배녀가 37세의 여자라는 사실만 밝힐 뿐 어디에 사는지, 직업이 무엇이며 담배를 왜 피웠는지는 말하지 않아 밝힐 수 없었다고 했다. 참으로 대단한 지하철 수사대이다.

그 담배녀는 지하철에서 몇 차례 담배를 피워 제지를 받은 사람이라고 한다. 심지어 담배를 피우다 남자 승객에게 두들겨 맞는 모습까지 인터넷을 탔다. 처음 발각되었을 때 아예 담배를 피우지 못 하도록 해야 할 책임을 맡은 사람들의 복지부동이 눈에 그려진다.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것은 서너 살 아이들도 아는 일인데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도 그 행위가 잘못인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든지, 아니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죄를 짓고도 불감증에 걸려 무엇이 죄인지도 모르고 사는 현대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할 뿐이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지하철이나 밀폐된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 방화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을 제지한 노인에게 욕을 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는 행위는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되며 엄청난 벌금이나 신체형을 받을 수 있는 일이다.

공중도덕이 무엇이면 법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그 사람은 일반 사람들과 어울려 살 이유가 없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개인적인 자유이다. 자기 공간에서 혼자 피운다면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공중의 일반이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 행위는 법으로 당연히 규제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요즘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문제를 만들 소지가 많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담배불을 끄는 모습은 가히 예술적이다. 담배 불이 있는 상태로 손가락으로 불똥을 튕겨서 끄고 남은 담배는 비벼서 털어버린 다음 담배꽁초는 아무데나 버린다.

그 불똥이 낙엽에 붙으면 엄청난 화재가 발생하고 사람이 옆으로 지나가다 맞으면 큰 피해를 당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담뱃불을 아무데나 버리는 행위는 심각한 범죄행위 임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버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지하철이나 전철에서 공중도덕은 그 나라 사람들의 도덕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지나친 애정표현도 문제다. 자신들은 존재감이라고 말하고 당연한 듯이 생각하면서 선진 국가에는 흔히 있는 애정행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지나친 애정 표현을 하는 사람은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공중도덕, 윤리의식은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으로 서서히 몸에 배어야 한다. 한탕주의, 바람정치, 신명놀이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 갖는 특이한 사고방식의 특성에서 제대로 된 선진문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급성장한 산업화와 초 단기간에 형성된 민주화의 여파로 부작용들이 사회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나타나고 있다.

생중계되는 가운데 공중 부양을 하는 정치인,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 터뜨리는 국회의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듯이 감옥 다녀온 범죄자들이 권력을 잡겠다고 혈안이 되어 총선에 나서는 모습은 이제 그만해야 할 일이다.

개그맨 김원효의 ‘안~~돼’ 소리를 듣고도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듯이 생각하고 그 프로 앞에서 웃는 못된 공무원들, 시간만 지나면 날짜 맞추어 월급계좌로 돈이 들어오고 복지카드로 얼마든지 생필품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안무치의 그들도 부끄러운 줄 모르기는 매 일반일 것이다.

인천 지하철 어느 역은 승장장에서 지상으로 바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자동적으로 밖으로 나가는데 그곳에는 교통카드 체크기가 없다.

그냥 나가면 다음에는 교통 요금을 두 배로 내어야 한다. 지하철 직원에게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졌더니 직원 왈 ‘인천 지하철이 개통 될 때부터 그렇게 해 왔는데도 누구 한 사람 와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조만간 개선해야 할 터인데 예산이 없어서 못하니 죄송할 뿐’이라는 왈소리만 한다.

지방으로 가면 갈수록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은 더욱 왕성(?)하다. 어느 읍사무소에 소재한 공장과 제품 상담을 하기 위해서 읍사무소 직원에게 공장 전화번호를 물었더니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공장 전화번호를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참으로 귀가 막힐 일들이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기관의 모 지방청에 근무하던 어떤 사람은 중앙부서에서 3년을 근무하면 진급할 수 있다면서 서울로 전근을 왔다.

3년이 지났는데도 진급이 되지 않고 가족들이 있는 지방청으로 옮겨 주지를 않는다면서 업무를 팽개치다시피 했다. 4년 6개월 만에 가족이 있는 지방청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짤릴뻔했던 목숨이 운 좋게 붙어 진급되어 지방청으로 나가니 정승이 되어 낙향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국가관도 없는 그런 사람이 국가 공무원이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가? 그 사람이 중앙 부처에 있을 때 제대로 된 정책이나 수립하고 집행이나 했을까? 공무원 자리가 황금알 낳는 봉(鳳)의 자리로 생각하고 퇴근시간 핑계거리 만들어 술판이나 기웃거리는 염치없는 사람들이 아직도 공무원이랍시고 판치는 세상이라면 이 나라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나라가 맞는지 참으로 의심스러울 뿐이다.

박철호(시인, SFKDI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