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담은 그림 하도 낙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0:48

본문

이철.jpg
임진년이 시작되었다. 지금 바라보는 세상이 과거 전통사회의 세상과 변한 것은 아닌데,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그 이치를 읽어가는 우리의 잣대가 변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세상의 모습과 그 속에서 이루어진 시간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고대 동양인들이 생각한 세상의 모습,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지금과 다르다고 해서 과연 그들이 우리보다 못했을까?
오늘은 앞서의 논의를 종합해서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새로이 두 장의 그림을 그리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보고자 함이다.

<그림 1, 하도(河圖)>
<그림 2, 낙서(洛書)>

먼저 하도와 낙서의 유래에 대해 살펴보면, 중국 最古의 지리서 <산해경>에 하도는 복희의 시대 용마(龍馬)가 전해준 우주의 원리로 복희씨가 이를 취해 8괘와 시법(蓍法)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울러 낙서는 우임금이 황하의 치수사업을 할 때 낙수에서 신령한 거북이 전해준 것으로, 그 법을 취해서 상서(尙書)와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만들었다고 전 한다. 즉 하도는 중국 전설시대의 최초의 법이며, 낙서는 중국 상고시대의 치수를 다스리는데 사용된 법이다. 지금 우리가 책을 도서라 하고 도서관이라고 하는 근원이 하도와 낙서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이 두 장의 그림이 가진 무한의 가능성과 동양사상에 이르는 직관을 통해 많은 새로운 지식을 얻고, 동양이 가진 상징의 새로운 세계를 위해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 한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단순한 이 그림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살펴보면, 먼저
이 두 그림이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은 ○과 ●의 모양과 연결된 선이 전부이다. 단지 부호에 불과한 ○과 ●을 통해 우리는 음양론적 세계관에 대한 이해에 이르게 된다. 아무런 의미 없이 배치된 것처럼 보이는 배열의 구분을 통해서는 전·후·좌·우 그리고 동·서·남·북의 방위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될 것이고, 여기에 더하여 상징적 의미로 구성된 계절적 변화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가 방위의 개념과 연결되어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도의 배치에서 각각 ○을 연결한 선과 ●을 연결한 선의 변화를 통해 태극의 원리가 우주변화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며, 그 변화의 시작이 한 겨울이고, 한 밤중으로 이해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잠시 수리의 개념으로 넘어가서 동양이 생각한 숫자의 변화에 대해서도 새로운 모양이 보이게 된다.

 짝수와 홀수가 왜 음수와 양수로 구분 될 수 있었으며, 동양 수리개념의 근본인 생수와 성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숫자의 상징체계에 대한 이해를 더하면 의례에서 이루어지는 숫자가 어떤 의미를 담고 이야기를 걸어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체용론의 실체를 오행의 개념을 그리고 이 모두를 포괄한 음양론의 무한한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보여야 비로소 동양학의 무궁무진한 세계로의 여행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제야 동양학의 큰 바다를 건널 작은 조각배 한 척을 준비한 것이다.
여러분과의 대화를 나누지 않고 혼자 신나서 너무 많이 왔는가 보다. 이제껏 논의한 천문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에서 논의를 달리하여, 앞으로는 그 속의 사람들이 이해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흔히 들었던 음양오행론, 십간 십이지, 육십갑자가 그리고 풍수지리와 한문의 구성원리까지를 폭넓게 다루고자 한다. 이제 그 첫 단추인 하도 낙서를 열어 그 의미에 이르는 각자의 길을 펼치려는 것이다.

올해가 흑룡의 해라고 온 나라가 난리가 아니다. 왜 지금 우리가 흑룡에 이리도 광적인 반응을 보여야 할까? 지난 반만년의 역사를 지내오면서 60년마다 한 번씩 흑룡의 해는 찾아왔건만 그때마다 국운을 일으킬 큰 인물이 태어났고, 또 거부가 태어났었던가? 아무런 의미도 모른 체 매스컴이 떠들어 대는 데로만 세상이 굴러가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젠 우리가 우리의 눈과 생각으로 세상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마치 백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아이에게 평생 간직해야할 주홍글씨를 새기는 일을 지금 우리가 또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생사의례학과    외래교수  이 철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