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위한 방성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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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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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전해오던 ‘상조(相助)’는 상부상조의 약자로 우리 조상들이 품앗이와 향약계로 서로 힘을 합하여 돕던 아름다운 미덕과 전통이었다.

이런 ‘상조’가 상조업으로 인하여 지탄을 받고 욕을 당하고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대성통곡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 상조업의 모델은 일본 상조업이라고 한다. 일본 상조업은 우리나라 상조가 일본으로 건너가 그들에게 맞게 만들어진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상조업은 상조 본래의 순수성은 잃어버리고 돈을 매개로 하여 영업적인 상조업을 하는 이상한 괴물(?)로 변해버렸다.

돈은 잘 관리하면 좋은 결과가 생기지만 잘못 관리하면 괴물이 만들어진다. 상조업의 도입과 비슷한 시기에 장례식장도 도입되었다. 상업적인 목적을 중심에 둔 장례식장은 입안자들의 몰염치적이고 몰상식적인 근시안적 안목에서 출발하여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이 갖는 독특한 형태(?)의 제도가 되어 버렸다.

인간의 죽음은 공동체가 담당해야할 몫이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과 죽음 후의 주검 처리는 공동체의 고유한 책임이고 의무이다. 우리 조상들은 공동체의 매우 중요한 일로 배산임수(背山臨水)형의 마을을 만드는 것과 주검을 위한 공동묘지를 만드는 것으로 여겼다. 한 개인의 죽음을 공동체 모두가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면서 그 주검을 잘 모시려고 노력했다. 어느 순간부터 공동체를 대표하는 정부는 이런 일들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맡겨 버렸다.

일본에 거주하는 노(老) 민속학자 C박사는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병원들은 이제 장례식(葬禮式)하는 곳으로 인식되어 버렸고 장례를 통한 인간의 순기능을 빼앗은 잘못된 제도는 앞으로 엄청난 결과들로 나타날 것‘이라고 한탄한다. 현재 우리나라 상조업도 매우 잘못된 제도이다.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제시하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아무리 좋은 대안을 제시해도 그 수고는 허공을 치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2011년에 ‘상조’라는 아름다운 말을 찾기 위해 비영리 법인 한국의례문화연구회 부설 한국상조발전연구원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상조업을 관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2번의 공문을 보내어 상조업체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했으나 답변은 시원치 않았다. 법제처로 공문을 보내어 ‘상조’관련 담당 중앙행정부처에 대하여 질의한 결과 우리나라 상조는 세 군데의 행정부처와 관련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가정의례 측면에서는 여성가족부 소관으로, 상조업은 할부판매법에 의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의전적 상조행위(葬事)는 장사법에 의해 보건복지부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답변을 기초로 하여 ‘서로 돕는 순수한 상조개념을 가진 상조단체의 공익법인화를 통한 건전가정의례 등 공익적 사업 수행의 필요성’에 대해 질의한 결과 ‘공익을 위한 법인설립의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후 공익 법인단체 설립을 위해 상조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몇몇 상조업체 사장들을 통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상조업체의 대표들 대부분이 과거에 보험회사 영업에 종사하던 사람들, 건강식품 사업과 다단계에 종사하던 사람들, 기타 판매영업, 유통영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영리법인 설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으로 영리법인을 만들어 준(準) 은행적이고 보험적인 영업행위로 시작한 것이 상조업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일부업자는 고객의 돈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쌈지 돈처럼 착각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회사의 비전이나 경영은 뒤로 한 채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다보니 자연히 부도가 나고 고객의 돈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정부의 방심 속에 일부 업체는 먹튀(먹고 튀는)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기다 보니 상조업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정부의 어느 부처도 상조업자들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상조업은 정부 부처에서 제일 힘이 센 공정거래위원회가 뒤처리를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상조’라는 이름이 수난을 받게 된 것에는 상조업체들의 책임이 크다. 물론 정부의 책임도 있지만 정확한 정보도 없이 상조업체에 가입해서 매월 꼬박꼬박 돈을 내는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클 것이다. 상조업체들의 연합 모임이 몇 군데 있다.

이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상조진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들은 스스로가 해야 할 자정능력까지도 상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기존 상조업체들의 모임은 와해 직전의 상태로 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어느 모임은 개인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도 있다. 아직까지도 고객의 돈을 한 달에 수억, 수천만 원씩 쏟아 붓고 상조업 광고를 하다가 부도가 나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회사가 있다고 한다. 상조업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할부거래법에 근거한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제조합의 장(長)은 낙하산식 전직 정부 관료가 맡는데 일 년 연봉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예치금으로 들어가는 고객의 돈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지금도 상조업체에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인간의 죽음을 담보로 장난을 치고 그 돈을 받아 꿀꺽꿀꺽 삼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올 3월에 100개 이상의 상조업체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한다. 공영방송에서 조차 그런 보도를 한다. 맞장구를 치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기우(杞憂)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냐하면 상조업은 현금 장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조’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방성대곡(放聲大哭)이다. 올바른 상조의 순수한 의미는 서로 돕는 것이다. 작년에 한국상조발전연구원에서 ‘가칭 한국상조진흥회’라는 이름으로 사단법인 설립을 준비해서 정부에 법인설립 신청을 했다. 그러나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으므로 보완하여 다시 신청하라’는 조건을 붙여서 신청서류가 반려되었다. ‘상조’의 아름다운 이름을 되찾고 건전가정의례의 공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인정 사단법인이 매우 필요하다.

한국상조발전연구원은 건강보험을 통해서 국가가 공동체 구성원의 주검을 돌봐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했고 주장하고 있다. 한 사람의 장사(葬事) 비용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200만원 전후이다. 물론 더 잘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 돈으로 잘하면 될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의 주검은 공동체가 기본적인 비용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사람의 태어남과 죽음은 마땅히 공동체의 몫이다. 천대받고 멸시받을 제1세대인 베이비세대들, 앞으로 늘어날 수많은 독신자들, 독거노인들의 주검을 지금부터라도 공동체가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 일을 감당할 최후의 보루는 공동체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 아닐까?

한국 상조발전 연구원장 박철호(시인, 건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