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오래된 새 길을 가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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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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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생사의례학과 외래교수  
- 하늘을 넘어 우주로 -

시간의 변화를 알고 사람들의 생활에 반영하고자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쉽게 마주대하는 태양과 달의 변화를 통해 1년이라는 시간의 주기성을 알게 되었다. 물론 1년의 시간을 알기위해서는 그 속에 숨겨진 12달의 변화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울러 하루하루의 변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달의 변화를 이해한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 하루를 보고 내가 어느 계절의 중간에 와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답은 잠시 생각에 잠겨 해지기만을 기다려 어둠이 주변을 감싸고 별이 떠오르는 밤하늘을 보면 찾을 수 있다.

천문은 하늘이 전하는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다. 지금의 하늘과 고대인들이 바라본 하늘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하겠지만, 읽어내는 방법이 지금처럼 과학이라는 틀로 인해 딱딱하고 고리타분하지는 않았다. 고대인들이 생각한 하늘의 이야기는 지금 밤하늘을 바라보는 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루하루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별들의 이야기를 적어 기록하고 모아 그 변하지 않는 특징을 찾아내는데, 이를 한 장의 그림에 옮겨놓을 것이 천문도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이해한 우주의 모양은 이렇다. “배추잎”이라고 표현하기도하는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어 세종대왕께 인사를 드린 후 뒷면을 보면, 국보 230호로 지정된 혼천시계가 보인다. 그 바탕에 작은 원들이 선으로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국보 228호로 지정된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천문도이다. 하늘의 별자리를 한 장의 그림에 옮겨놓은 천문도이다.

<그림 1, 천상열차분야지도>
<그림 2,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사신도>

 이런 그림이다. 둥근 원형속에 빼곡하게 자리한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아! 이 그림을 보면 가슴이 뛴다. 한 장의 천문도를 그리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땀과 노력이 배어있겠는가! 아마도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목이 많이 아프셨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노력에 의해 이제 오늘이 어느 곳에 위치해있는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림 2>에 천상분야열차지도와 사신도를 합성한 그림은 이들의 노력이 한 단계 나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수많은 별자리를 모두 기억하는 것과는 별도로 상서로운 상징의 동물을 통해 계절을 구분하고 각 별자리의 이름을 정한 것이다. 이런 상서로운 4마리의 동물이 사신이 되는 것이고,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좌청룡, 우백호”가 된다. 엄밀히 말한다면, “남주작, 북현무”까지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배우 배용준이 주연을 맞아 열연한 환타지 사극 “태왕 사신기”에서 태왕을 보필하는 4명의 사신이 이들을 상징한다.

 이 사신은 하늘의 적도를 따라 그 남북에 있는 별들을 28개의 구역으로 구분하여 부른 이름을 말하는데, 각 각 7개의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째, 동방 7사는 청룡을 상징으로 하여 춘분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각수(角宿:첫째 별자리의 별들)를 필두로 하여 시간이 경과되면 차례로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올라오는 항(亢)·저(氐)·방(房)·심(心)·미(尾)·기(箕) 등 7개의 수가 차지하는 성수(星宿)를 말한다. 둘째, 북방 7사는 현무를 상징으로 하여 하짓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두수(斗宿:여덟째 별자리의 별들)를 필두로 하여 시간이 경과되면 차례로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올라오는 우(牛)·여(女)·허(虛)·위(危)·실(室)·벽(壁) 등 7개의 수가 차지하는 성수들을 말한다. 셋째, 서방 7사는 백호를 상징으로 하여 추분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규수(奎宿:열다섯째 별자리의 별들)를 필두로 하여 시간이 경과되면 차례로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올라오는 루(婁)·위(胃)·묘(昴)·필(畢)·자(觜)·삼(參) 등 7개의 수가 차지하는 성수들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남방 7사는 주작을 상징으로 하여 동짓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정수(井宿:스물둘째 별자리의 별들)를 필두로 하여 시간이 경과되면 차례로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올라오는 귀(鬼)·유(柳)·성(星)·장(張)·익(翼)·진(軫) 등 7개의 수가 차지하는 성수들을 말한다. 이 28수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으며, 왜 여러 가지 숫자 중에서 28이라는 숫자를 택했을까에 대한 의문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1년의 12개월과도 다르고, 24절기와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아마도 달이 주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달의 운동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한국인의 생사관과 의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의 하나가 사신도와 봉분의 형태와 관련된 것이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둥근 형태의 무덤구조는 지금껏 수많은 학자들을 괴롭혀온 문제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천원지방과 사신의 공부를 마치고 내린 결론은 이런 것이었다. 산자의 공간과 죽은 자의 공간은 모두 천원지방으로 둥근 하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산자와 죽은 자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죽은 자의 세상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죽은 자 만을 위한 별도의 우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산자의 공간에 존재했던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사신, 즉 우주의 별자리를 무덤방의 벽면에 새김으로서 우주의 공간과 시간의 구성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둥근형태의 무덤구조가 완성된 것으로 본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우주를 죽은 자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 냄으로서 삶과 죽음의 시공간적 분리를 완성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는 이 지구상 어느 민족도 가지지 못한 차원 높은 죽음문화를 가진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시신을 땅에 묻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고인에게 살아갈 우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민족이다.  

 지금 연구실 창을 통해 앞산의 눈 쌓인 봉분을 바라본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후손들이 마련한 당신만의 우주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계실 고인이 느껴진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색, 삶의 과정을 통해 인식한 공간과 시간, 이 모든 것을 담아 우주라는 큰 세상에서 함께  살고자 한 선조들의 지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