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는 왜 제사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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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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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설문조사에서 명절이 오면 기독교인의 28%가 제사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특히 장남이나 장손인 경우는 더욱 더 그렇다. 부모님이 예수를 믿지 않는 가정에서 장남이 교인이 되는 것은 제사로 인하여 형제간의 큰 불화를 좌초할 수도 있다. 특히 5-6대의 종손인 경우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보편적으로 집에서 지내는 기제사는 고조할아버지까지로 한다. 고조할아버지 아래로 모이는 자손이 제대로 형성되면 3종형제인 팔촌까지이다. 팔촌은 한 할아버지 자손으로 모든 가정의 대소사에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참여하는 사이이다. 새로 만들어진 가족법에도 결혼을 팔촌까지는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므로 팔촌은 사실상 법률상으로 형제로 구분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손이 예수를 믿고 제사를 지내지 않게 되면 심각한 일가들의 문제로까지 비화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중 재산문제로까지 비화되어 엄청난 골육상잔을 만들기도 한다.

아동문학가로 이름만 되면 아는 분이 있다. 아이들과 관련된 많은 글들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70대 중반을 넘긴 이 분은 교회 장로로 은퇴를 했고 기독인들로 구성된 어느 문학단체의 리더를 맡기도 했다. 그런데 그 장로님에게는 5남매의 형제가 있었고 장로님의 아버지도 장남이었다. 이 장로님은 결혼하기 전부터 교회를 다녔고 아버지도 교회 다니는 것을 허락했다. 교회에서 만난 규수와 결혼을 해서 딸 셋을 낳아 이제는 모두 출가를 시키고 부부만 살고 있다. 이 장로님의 아버지는 자기가 살아 있을 때까지만 제사를 지내겠다고 하면서 할아버지 내외분과 어머니 제사를 계속 모셔왔다. 그리고 3남 2녀인 아들딸들이 명절에 모이면 자신이 죽으면 큰 아들이 교회를 다니고 있으니 제사를 폐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장로님의 형제들은 모두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해는 이 장로님 댁에서 추모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사업을 하는 남동생이 부모님 제사를 모시면 사업이 잘 된다고 하면서 자기가 제사를 지내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해부터 동생네 집에서 부모님 내외분 제사를 모신다고 했다. 그런데 형제들과 조카들이 부모님의 제사 때나 명절이 되면 모두 동생네 집에서 모인다고 한다. 이 장로님은 장남으로 그냥 있을 수 없어서 할아버지 내외분과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 추모예배를 자기 내외만 앉아서 드리고 명절 에도 간단히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출가한 딸 셋은 추모예배를 드리던 말든 상관없다고 하면서 이다음 장로님이 돌아가시면 자신들은 친정쪽 추모예배와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형제들과 연락하지 않고 산지가 참으로 오래 되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자신이 장남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조카들을 만나지 못해서 더욱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래 동생에게는 아들 둘이 있는데 족보를 하면서 자기에게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동 문학가이자 나이도 팔순에 가깝고 아버지도 제사를 드렸던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제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필자가 물었다. 자신이 기독교인 입장에서 보면 ‘제사문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했다. ‘제사 지내는 방법이나 내용에 대하여 그 절차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아버지가 제사를 지내도 참석하지 않았고 제사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 명절이나 제사가 있을 때 무엇을 했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되도록이면 아버지네 집에 가지 않았고 자기네 집에 와서 자기 가족들과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이것이 한국의 개신교인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생각이고 형태이다. 믿지 않는 가정에서 드리는 제사는 그 자체를 우상숭배로 몰아 붙여버리고 자신과 관련이 되면 자신은 빠져버리는 철저한 이기주의적인 발상을 취하는 행위를 하면서 그것이 마치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어느 여 집사님이 있었다. 이 분은 자기 친정에서는 4남매의 맏이이고 사가댁은 7대 종손집 5남매의 두 번째 며느리였다. 그런데 이 분은 친정, 시가의 대소사는 모두 참석하는 분이었다. 그런데 제사문제와 가정의례에서 나타나는 잘못된 부분들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했고 우연히 필자를 만나게 되었다. 필자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의례행사 중에서 무속적인 부분에 대하여 조목조목 가르쳐 주었고 잘못된 부분들의 근원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장례와 제사에 등장하는 무속적인 행위와 기복적인 행위, 유교적인 장례절차의 행위에 대한 의미와 잘못된 부분들에 대한 대처방법까지도 토론을 통해 자세하게 상담해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는 과정 속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집안의 대소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다보니 일단 집안 어른들에게 신임을 얻게 되었고 제사 절차와 가정의례 절차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집안 어른들이 놀라워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정의례에서 나타나는 잘못된 문제들을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기독교에서 추구하는 가정의례의 방법들을 전하다 보니 집안 어른들이 오히려 기독교적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해서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도회지에 사는 많은 젊은 집안 형제들이 교회를 많이 나가게 되었고 이제 신학대학에 들어간 사람도 생겨서 머지않아 제사를 추모예배로 전한하게 될 것 같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신학을 하고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 중에 한국사회가 타종교 사회라는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팽배하다. 토착종교에 대하여 기초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조차 드물고 가정의례에서 기독교적인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왜 제사가 문제가 되는지 조차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교회 나와 예배 잘 드리고 기도만 하면 만사가 오케이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해결책을 알려주지 못하니 결과적으로 종교 갈등만 부추기고 가정문제만 양산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성도들이 한국적인 가정의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담임 목회자가 모르면 전문가를 불러서라도 성도들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성도들이 가정의례나 제사에 대하여 많은 지식을 알게 되면 그로 인하여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도의 장이 될 수 있다.

기독교단체 중에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에서 제사문제에 대하여 몇 차례 세미나를 했다. 그런데 참 가관이다. 제사에 대하여 알지도 못하고 연구도 하지 않은 사람이 발제자로 나왔다. 목회자나 성도들에게 주는 유익은 전혀 없고 제사에 대한 거부작용만 심어준 채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개신교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기존 성도들이 우리나라의 영적 상황을 잘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영적으로 분별력 있는 성도들을 만들어야 한다. 명절을 지나고 나면 기독인은 엄청난 명절 증후군을 겪는다. 제사문제로 인한 영적 분별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목회자들이 전통적이고 타종교적인 제사에 대하여 많은 것들을 알아서 성도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박철호생사의례문화연구소/ 소장 박철호 목사(시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