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회고와 자서전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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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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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다잉전문강사 최 서윤

바람직한 노년기는 그 동안의 실패, 좌절, 실망과 성공에 대한 재통합이 이루어지는 시기이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남은 생에 대한 가치 있는 삶의 계획과 더불어 좋은 죽음에 대한 준비도 수립되어져야할 시기이다. 존엄한 죽음의 선택은 스스로 자신의 좋은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선택 방법일 수 있다.

  노년기에 인생을 회고하고 정리하는 일은 한 개인에게 있어서 유의미한 작업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유언장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후회 없는 삶을 살다가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죽음도 여행처럼 준비하고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소풍가기 전 날의 설레임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있을 수 있을까.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 하려는 자세를 견지하여야 한다. 유언을 써 보는 일은 내 삶의 지난날을 반성하고 정리함으로 미래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어 삶을 진지하게 살아내게 되며 내일 일을 미리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죽음과 앞날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게 된다. 또한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여 진지한 인간관계를 갖게 되며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좋은 죽음을 위해서 ‘자서전 쓰기’를 권하고 싶다. 자서전이라고 하면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요즘의 노인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의 자서전 쓰기가 보편화 되어 있다. 어르신들의 자서전은 그 의미가 크다. 후손들에게 돌아가신 부모를 기억하기에 좋은 자료가 되며 자서전을 쓰는 노인세대에게도 정서적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자서전 쓰기는 남은 가족을 생각하며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으려는 노력이기에 좋은 죽음과 맥락을 같이 하게 된다. 나의 삶을 내가 주인공으로 살아내고 죽음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 맞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주인공인 자서전 쓰기의 의의에 대해 살펴보면, 한 개인의 일생의 사적을 적은 기록을 전기라고 하고 자기가 쓴 자신의 전기를 자서전이라 한다. 자서전은 개인적인 과거 회고를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다가올 미래, 여생을 계획하기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된다. 자서전이 화려하고 좋은 이야기로만 구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서전은 삶의 희노애락이 어우러진 자체로 존재할 때 그 빛을 발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서전 쓰기의 의의는 고유하고 독특한 자신을 인식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자아를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서전은 개인적 차원뿐 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그 당시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되므로 자서전을 통하여 교훈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생을 회고하는 일은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며 여생을 평안하게 보내는데 도움이 되는 작업이다. 인생회고란 단순히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과거를 회상하고 재음미함으로써 자신의 인생 경험을 재조직화 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논리적이고 질서정연하지 않고 엉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 온 삶의 발자취를 정리함으로써 인간관계에서 겪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며 정서적으로 미움이나 분노의 감정을 순화시킬 수 있다.

 인생회고를 통해 지나온 삶을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삶이 최선을 다한 의미 있는 인생이었음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또 인생회고는 마음의 평정과 자아 통합감, 그리고 삶의 지혜 등을 얻을 수 있고 나아가 죽음 불안을 완화 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자서전 쓰기의 목적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기억 속에 감추어져 있었던 재료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즉, 자서전 쓰기의 목적은 자서전을 쓰기를 통하여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발견하고 인생의 의미를 재고해보면 앞으로 다가올 삶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함이다.

 노년기의 특성은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며 현실과 통합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이미 말한 바 있다. 이렇듯 노년기에는 과거를 회상하고 반성하며, 지나온 삶의 의미를 찾아내어 현실 생활에 적응하고 다가 올 죽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갖는 것은 이 시기의 중요한 발달 과업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은 소중하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서전 쓰기는 과거와 미래를 포함하는 현재적인 작업이며, 미래에 대한 조망과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과거를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더하여 개인의 발달과업에 관한 개인적인 회상, 전환점, 갈등과 극복 등을 분석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자서전 쓰기를 통하여 인생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노화과정을 탐색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하며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년의 자서전이 가지는 기능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의 효능감과 자존감을 증가시켜 준다. 자서전 쓰기를 통하여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했던 경로를 회상하면서 존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둘째, 자서전은 과거와의 화해이자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시켜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수용하지 못했던 일들이 지금은 감정이 순화 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반대로 좋았던 과거를 회고해 봄으로써 과거의 열정과 활력을 되새김질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 과거의 적응전략을 인식하고 그것을 통하여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활동에 신호탄으로 작용하여서 신명나는 삶을 살아 가게 해 주는 윤활유가 되는 것이다.

이어 자서전 쓰기의 자료에 대해 살펴보면, 자서전을 쓰기 위한 자료는 다양하다. 자서전은 자신의 과거 사건이나 행적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므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 기록이 담긴 일기나 사진, 메모, 서류들과 증언 등 매우 다양하다.

먼저 회상은 자서전 쓰기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료인 동시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회상의 정의는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오랫동안 잊혀진 경험이나 사실의 기억을 상기하는 것 혹은 과거의 경험에 관하여 생각하고 이야기 하는 과정이나 습관이다.

회상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 들이 있다. 하나는 역사적 사건에 관한 회상이다.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두드러진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419, 대통령 선거. IMF 등이다. 역사적 사건을 통한 회상을 할 때, 단순히 사건에 대한 언어적 표현보다는 그 사건에 관련된 신문기사나 당시의 뉴스 자료, 사진 등을 활용하면 더욱 생생한 회상을 할 수 있게 된다.

둘은 신문이나 잡지를 이용한 회상이다. 광고, 사진, 만화,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나 기사의 배치방법 등도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어느 날의 기사 뿐 아니라 과거 속의 어느 하루로 되돌아가 보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셋은 미술을 통한 회상이다.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이나 집, 자신의 일, 여행, 첫사랑, 결혼식, 명절 등을 주제로 하거나 가장 즐거웠던 일, 가장 슬펐던 일,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등을 그림이나 종이, 찰흙, 구슬, 색모래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고, 꼴라쥬, 스크래치, 모자이크 등 여러 가지 미술의 기법을 활용하여 회상을 촉진할 수 있다.

넷은 음악을 통한 회상이다. 음악은 쉽게 마음을 열게 하는 열쇠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노래, 아픈 마음을 달래 주었던 노래 등 과거의 경험과 관련된 음악을 통하여 기억력을 촉진 할 수 있고 마음을 열 수 있게 된다.

다섯은 영화를 통한 회상이다. 영화는 종합예술로서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다양한 감각 경로를 통해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이다. 옛 영화에 얽힌 기억을 끌어 내는데 효과적 일 뿐 아니라, 영화를 통해 표현된 특정 시기에 관련된 기억을 끌어 내기도 한다. 처음으로 개봉관에서 보았던 영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보았던 영화, 과거의 추억과 관련된 영상 자료를 통하여 회상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 또한 과거를 생생히 그린 영화를 감상함으로써 그 시절의 기억을 끌어 낼 수도 있다.

여섯은 문학 작품을 이용한 회상이다. 문학 작품은 언어를 통한 회상으로 상상력과 경험에 따라 무한한 회상을 끌어 올 수 있는 매체이다. 수필집, 소설, 자신이 직접 창작한 시나 수필 등은 아주 훌륭한 재료가 될 뿐 아니라, 그 때의 감정도 생생하게 떠 올리게 하는 것이다.

일곱은 골동품을 이용한 회상이다. 골동품은 세월의 깊이만큼 많은 이야기꺼리를 제공해 준다. 요강, 연탄집게, 다듬이 방망이, 화로, 갱지 공책 등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날 생활용품에서부터 친구의 선물이나 여행지에서 산 기념품, 즐겨했던 장신구와 추억이 담긴 손수건 등을 통하여 과거의 기억을 회상할 수 있다.

둘째, 일기는 매일 매일의 사건들과 그 사건들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과 생각들을 기록한 것으로 자서전 쓰기의 좋은 자료이다. 일기는 한 개인의 삶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일기의 내용을 그대로 자서전에 옮겨 놓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까.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일시는 그 당시의 느낌과 생각을 반영한 것인 반면 자서전은 그 당시의 사건에 대한 지금의 느낌과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기를 통해 그 당시의 기억 속에 숨겨진 사건들을 꺼내고, 그 당시의 생각과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해 내어 그 경험에 대한 현재의 생각과 느낌을 다시 자서전으로 풀어내는 작업인 것이다.

셋째, 사진도 자서전 쓰기의 훌륭한 자료가 된다. 사진은 가장 일반화된 시각자료로서, 오래된 사진들은 그 세월만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은 말이 없지만 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전해 주기 때문에 그 때 당시의 느낌과 생각을 이끌어내기에 매우 효과적인 자료이다.

넷째, 메모와 기록들이다. 때로는 작음 메모지 한 장이나 사소한 쪽지 하나가 자서전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무심코 적은 낙서까지도 가장 솔직한 느낌과 생각이 들어 있을 수 있어서 기억을 회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성적표, 평가나 메모, 준비물, 행사 일정 등을 적은 노트, 수첩 등은 기억을 회상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들이다. 만일 작성한 일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일기나 사진 그리고 편지 등 다른 자료들과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실들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다섯째, 편지와 카드도 자서전 쓰기의 자료가 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 생일이나 졸업, 결혼 청첩장, 연애편지, 그림엽서 등 많은 자료가 있다. 편지나 카드는 왜 이런 편지를 받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편지에 어떤 답장을 하였는지 알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 뿐 아니라 편지지의 색상이나 무늬, 그림 그리고 카드의 그림도 많은 이야기를 해 준다. 또 편지지를 접는 방법이나 펜의 색깔, 이름을 쓰는 방법이나 별명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이처럼 편지나 카드는 인생의 전환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주변의 증언이 있다. 한 사람의 기억은 완벽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부분적일 수 있다. 또는 기억이 왜곡되었거나 잘못된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부분만을 기억하고 잇거나 사람의 이름이나 장소, 시간을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당신 관련된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빌리는 것은 기억을 되살리고 바로 잡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주변의 증언을 듣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우연한 기회나 계획된 행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들면 동창회나 가족모임, 향우회, 결혼식, 명절 등은 증언을 모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가 된다. 이럴 때 녹음기를 지참하거나 사진을 찍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타 자료로는 추억이 깃든 장소,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 다시 유행이 돌아오는 복고풍의 의상, 전자메일, 옛집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자서전 쓰기의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많은 자료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시간여행을 하듯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라.

이제, 사진으로 쓰는 자서전에 대해서 살펴보자.

사진은 시각자료로서 과거 그 사건이 일어났던 그 때의 모습과 기분, 분위기까지를 모두 담아낸다. 자신의 즐거웠거나 힘들었던 시간들, 행복하고 즐거웠던 경험들과 의미 있었던 시간들을 시각적인 회상과 함께 자기만의 소중한 삶의 의미를 재음미하며 긍정적인 삶으로 통합할 수 있다.

사진으로 자서전을 쓰기 위한 간단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하나, 자서전 쓰기의 주제를 정한다.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인생의 주제를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진첩에 사진을 배치하고 사진에 얽힌 사연을 기록한다.

셋, 사진이 있는 소중한 추억이 깃든 서류(문서, 편지, 임명장, 청첩장, 발령장 등)가 있다면 그것도 첨부한다.

넷, 연대표를 작성하면서 자신이 걸어온 시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다섯, 가계도는 자신을 중심으로 부모님과 자녀에 이르기까지 3~4대에 걸쳐서 가계도를 그리면서 자신의 참모습을 살펴본다.

여섯, 인생곡선을 그려본다.

일곱,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적어본다.

여덟, 원하는 목적이나 주제에 따라 분류한다.

아홉, 사진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그 사진 속에 누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거나, 그 때의 상황을 회상하면서 바람이나 아쉬움들을 진솔하게 이야기 한다.

열, 추억이 깃든 서류 등이 있으면 첨부한다.
열하나,  사진으로 자서전을 쓰고 난 후의 느낌이나 소감을 적는다.

   ** 참고문헌
한정란외, 『노인 자서전 쓰기』, 학지사, 2004.
한정란, 『교육 노년학』, 학지사, 2001.
이남희, 『자기발견을 위한 자서전 쓰기』, 교보문고,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