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 속에서 상조는 정부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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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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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와 도시화를 지나면서 대가족은 급격하게 몰락하고 핵가족화가 급속히 이루어졌다. 이제 3-4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은 뉴스의 초점이 되고 오히려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었다. 대가족의 몰락은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100만 명을 돌파하는데 직접적인 단초가 되었다. 머지않은 어느 시점에 우리나라의 가정은 온통 노인들만 살게 될 것이다.

그나마도 지금의 7-80대 노인들은 자신들이 고생하면 먹고 살 수 있었고 땅이라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세대들은 자식을 많이 낳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그 후의 세대들이 겪는 박탈감은 이미 예고된 결과이다. 60대 이후 세대들은 고도의 산업사회에서 생활의 질은 풍성해져도 인격이나 직접 겪는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주도한 산아제한과 가족계획의 인구정책은 몇 십 년 후의 앞날을 내다보는 국가 정책으로는 실패한 정책이다. 산아제한과 가족계획이 가져다 준 폐해는 앞으로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나게 될 것이다. 산아제한과 가족계획으로 인하여 나타날 문제들을 지금부터 점검하여 오는 시간 속에서 일어날 피해들을 최소화 시켜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고 관심가진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가장 아름다운 복지국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아기가 태어나는 것과 13세까지 키우는 것,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국가가 체계적으로 돌보아야 하고 죽음 이후 주검 처리까지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한다. 다양한 보호 장치에는 상조정신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 중의 하나가 국민건강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상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남을 도우면서 나도 도움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1968년 장기려박사가 만든 의료협동조합을 모태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이 세계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상조는 우리나라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품앗이를 통하여 남을 도우면서 자신도 도움을 받는 것이 상조 정신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서 벌어지고 있는 상조는 그런 아름다운 정신이 왜곡되어 가고 있다. 어느 개인이 사업을 위하여 상조를 이용하는 것이다. 1억, 오천만원짜리 영리 법인을 만들고 영업수단으로 주검처리 비용을 할부금으로 받는 준 금융행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사업이 되지 않으면 부도를 내고 도망을 간다. 피해는 착실히 돈을 낸 힘없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

상조는 인간의 죽음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조업은 죽음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운영 주체자인 사업자의 편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문제를 소비자 입장에서 보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공정위는 표준 약관을 도입하고 올 9월 이후부터는 할부금의 일정액을 적립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법이 정식으로 시행되면 많은 상조회사가 부도를 내고 자취를 감출 것이고 수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할 것이다. 만일 이런 일이 생긴다면 상조라는 미명하에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 업체의 대표자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하고 영원히 도태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업을 빙자한 상조행위는 철저히 봉쇄되고 근절되어야 한다.

독거노인 100만 명을 돌파하는 시점에서 독거노인의 관리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자녀들이 부양하거나 자신이 생활 여력이 있는 경우는 별도로 하더라도 공동체가 돌보아야 할 상황이 발생되면 공동체가 나서야 한다. 고래로 우리나라는 공동체에서 관심을 가지는 두 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자녀를 결혼 시키는 일이고 하나는 부모의 상(喪)을 당할 때 공동체가 나서는 것이다.

대가족 사회가 허물어지고 핵가족 사회로 이양된 현재의 시점에서는 이 일을 국가가 해야 한다. 앞으로 점점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노인의 죽음문제는 필연적인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아주 적은 금액의 장기 요양보험료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듯이 적은 금액의 상조 보험료를 건강보험에 신설하여 망자의 장례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상조 정신에도 맞고 독거노인들에게도 도움으로 돌아갈 것이다.

상조가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린 것에는 정부도 책임이 있다. 아기가 태어나는 문제와 사람이 죽은 다음의 주검 처리 문제는 공동체인 국가가 고민해야 한다. 상조는 매우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현재 민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조는 상조정신에 맞지 않다.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정부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핵가족 사회 속에서 상조의 주체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박철호/ 시인, 박철호생사의례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