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상조회사 대표 잠적…7천여 회원 수십억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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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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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2동 상조회사 H클럽 사무실. 사무실 안에는 회원 10여 명이 절망스런 표정으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들은 만기가 된 회비를 돌려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회사는 문을 닫고 대표는 잠적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회원들은 경찰에 업체 대표 K씨(61)를 고소하기 위해 위임장을 쓰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상조업체 회원 김모(48·여) 씨는 "5년 만기가 된 회비와 현재 납입하고 있는 회비를 합하면 500여만 원에 이른다."며 "집안 경조사에 대비, 지금껏 아끼고 아껴 돈을 부어왔는데 모두 날리게 생겼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대구의 대형 상조회사 대표가 회원들 모르게 폐업 신고를 낸 뒤 잠적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회사의 경우 회비 납입 규모가 27억 원대에 이르는데다 회원 수도 7천여 명이고, 거래 업체들의 미수금 규모도 1억 원대여서 피해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달 27일자로 폐업 신고가 된 상태다. 더구나 대표 K씨가 회비 납부 내역 등 회원 명부가 저장돼 있는 컴퓨터 본체를 갖고 사라져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회원들 외에는 연락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

이 업체는 회원 규모로는 대구에서 5위권 내의 대형업체로 회원 7천여 명 중 회비 납입이 끝난 회원만 1천 명이고, 회비를 연체 않고 정상 납입하는 회원도 5천700여 명에 이른다. 업체 직원 2명도 지난해 5월 이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체불 임금 규모만 8천1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문을 연 이 업체는 최근 잠적한 K씨가 지난 2003년 2월 인수해 운영해왔다. 그러나 K씨가 회사 자금을 지인들에게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해 큰 손실을 입은데다 지난 2년 동안 월 평균 신규 가입 건수가 10건에도 못 미칠 정도로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이에 기존 회원들이 납입한 회비로 다른 회원들의 결혼, 장례 등 행사비를 충당하는 방법으로 근근이 운영해왔고, 이 때문에 현재 회사 자금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상조회사의 경우 자기 자본금으로 회사 운영을 하고 회원들의 부금을 적절하게 투자해 이익을 내야하지만 이 업체의 경우 회원들의 회비로 회사 운영자금까지 충당했다는 것. '남의 돈'으로만 장사를 하다 보니 해약이 늘고 신규 가입이 줄어들면서 자금 압박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 업체 직원은 "신규 계약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해약금이 자꾸 빠져나가게 되면 자금이 부족한 영세업체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며 "상조회사들이 해약 시 무리하게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당초 약속한 경조사비를 주지 않는 것도 자금 유출을 최대한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