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옷감의 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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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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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이 슬지 않고 시원한 무공해의 천연 옷감
질기고 수명 길며 항균기능 탁월해 수의로 인기
손이 많이 가고 기능 보유자 고령, 사라질 위기
안동, 동해 등 지자체들 삼베 명품화 적극 추진 .

옛날 여인들이 베 짜는 고달품을 덜기 위해 불렀다는 길쌈 노래의 한 대목이다.

무공해 천연섬유인 삼베는 삼 씨앗을 뿌려서 거둬들여 베를 짜기까지 십여 차례의 공정을 거쳐야 완성되며 이 과정을 통틀어 길쌈이라고 한다.

삼을 수확하는 7월 중순 시작되는 길쌈은 부녀자들의 가장 큰 일이었다. 오늘날 전해 내려오는 '물레노래', '베틀가', '삼삼기노래', '베짜기 소리' 등은 삼베 일의 고단함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아낙네들이 불렀던 길쌈노래들이다.

삼베는 고조선 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통일신라시대부터 모시와 삼베로 분리돼 직조되었다고 한다.

삼은 온대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삼과의 1년초 식물로 그 껍질의 안쪽에 있는 인피섬유를 이용해 삼베를 만든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삼은 품질이 우수해 아주 가늘게 쪼갤 수가 있어 극세사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여인들의 섬세한 솜씨가 보태져 중국. 일본, 인도 등에 비해 훨씬 고운 삼베를 짤 수가 있다.

삼베는 한 올의 가늘기에 따라 6승('세'라고도 함)에서 12승까지 나눠지는데 6∼7승은 적삼이나 고쟁이 등을 만드는 데 쓰이고 9승은 고급, 10승 이상은 최상품으로 꼽힌다.

산 사람, 죽은 사람 모두에게 요긴하게 쓰이는 삼베는 우리 조상들이 여름철 일상 의복감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직물이었다. 남자의 고의, 적삼과 조끼감을 비롯해 홑이불, 배갯잇, 욧잇 등으로 쓰였으며 옷을 마르고 베어낸 조각으로는 조각보를 만들어 활용했다.

삼베의 섬유는 또 자연섬유 가운데 가장 길어 면사보다 섬유의 강도가 10배 정도 강하다. 이에 따라 의류나 침구류 외에 로프, 그물, 모기장 등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특히 윤달이 되면 삼베 수의를 마련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는데, 이는 삼베가 항균 기능을 지니고 있어 좀이 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항균처리된 다른 직물은 삶거나 세탁을 하면 본래의 항균 기능이 사라질 우려가 있는 데 비해 삼베는 섬유 자체에 곰팡이 균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그럴 염려가 없다.

우리 조상들이 된장, 고추장 항아리 안을 삼베로 덮어두거나 생선을 말릴 때 삼베 보자기를 덮어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베는 면 직물보다 20배나 빠른 수분 흡수력과 배출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통풍이 잘 되고 마찰에 대한 내구성이 커 질기고 수명이 긴 것이 강점이다.

또 자외선 차단 기능과 함께 바닥이 까칠까칠하고 힘이 있어 여름철 최고의 옷감으로 꼽힌다.

직물뿐 아니라 종이의 생산, 음식의 재료 등으로도 활용이 되는 삼은 줄기와 잎에 마취성 물질이 들어 있어 아무나 키울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1976년에 발효된 대마초관리법으로 인해 삼의 원료인 대마 재배와 취급이 규제되고 있고 현재 안동. 보성, 남해, 순창,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키우고 있다.

삼베 생산농가들은 대마 재배 면적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데다 1990년부터 값싼 중국산이 쏟아져 들어와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기능 보유자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전승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안동시를 비롯한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삼베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바람직한 현상으로 꼽히고 있다.

안동시청 조풍제(안동포 담당) 씨는 "31억원을 들어 추진하고 있는 '안동포 타운'이 이달 말쯤 완공되면 명품 삼베로 사랑을 받고 있는 안동포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휘동 안동시장은 도내외 행사에 치자 열매로 염색한 안동포로 만든 도포를 입고 참석하는 등 지역특산품인 안동포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산 삼베가 넘쳐나고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면서 삼베 수의에 대한 수요가 급감할 것이 예상돼 안동포의 명성을 이어갈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조씨의 지적이다.

현재 안동지방의 삼 재배 면적은 31㏊로 연간 생산량은 6천∼8천 필 정도.

또 동해시도 강원도의 재래종 대마 주산지인 동해와 삼척, 정선을 연계한 강포(江布) 주생산지 복원을 비롯한 '삼베 브랜드와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동해시는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건강과 관광을 접목한 테마산업의 발달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안동대 의류학과 김희숙 교수는 "안동포를 소재로 볼레로, 미니스커트 등을 만들어 입어보면 옷감의 결이 살아 있어 화학섬유로 만든 옷보다 훨씬 단아하고 멋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안동의 향기, 안동포'란 주제로 패션쇼를 열어 삼베의 현대화, 산업화의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는 김 교수는 현대의상의 재단기법으로 쉽게 구겨지는 삼베의 단점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어 대중화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문제는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옷을 만들어도 소재인 삼베 값이 워낙 비싸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복 두 벌을 만들 수 있는 안동포 한 필 가격은 5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며 천연염색 처리를 한 여름용 홑이불은 1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