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 재사용 우리가 막는다…떴다, 노인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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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3-1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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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환 재사용을 막아라'.

예식장이나 장례식장,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반드시 등장하는 화환을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노인 특공대(?)가 있다. 이들의 임무는 예식이 끝난 뒤 화환을 '쓸어담는' 것이다. 재사용을 부르짖는 요즈음 다시 쓰지 못하도록 한다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자식 결혼식때 주위에서 축하하기 위해 보내준 화환들이 주례사가 끝나기도 전에 사라진다면 기분이 좋을까. 발인을 마치기도 전에 조화가 없어진다면? 혼주나 상주는 화환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누가 줬는지 이름만 알아둘 뿐이다. 이렇게 제 자리를 떠난 화환은 리본만 바뀐 채 '새 상품'으로 둔갑한다. 이렇게 되니까 문제가 생긴다. 화훼 농민들은 꽃을 많이 팔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본다. 반대로 화환 판매업자와 이를 묵인해주고 뒷돈을 챙기는 사람들은 신이 난다. 손님(구입자)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설사 알더라도 짐짓 외면한다. '이렇게 좋은 때(이렇게 슬픈 때) 그까짓 화환이 뭐기에'라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노인특공대는 이래서 생겨났다. '작전'의 공식 명칭은 화환재사용 방지사업. 노인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일반 노인일자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화훼 농가를 보호하고 철저한 분리수거로 환경을 보호한다는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물론 화환을 '새 상품'으로 믿고 사는 소비자들의 믿음에 부응하자는 뜻도 있다. 이를 위해 노인들이 나서니 '일석사조'인 셈이다.

부산에서는 금정시니어클럽에서 유일하게 이 사업을 한다. 아이디어도 여기서 나왔다. 노동부에서 무릎을 치며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전국적으로 네군데서 하는데 부산이 본부다. 현재 특공대 인원은 총 3개조 14명. 관리 인력 1명을 제외한 13명이 화환 재사용 방지사업 일선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하루 8시간, 한달에 10일 땀을 쏟고 38만5000원을 손에 쥔다. 주 5일 근무하는 단장은 79만 원을 받는다. 한달 평균 20만 원 하는 일반 노인일자리에 비해 보수가 후하다. 이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 내년에는 더욱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작업장은 기장군 정관면 두명마을 꿈그린 자연체험장. 산자락에 있는 농장이라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1조 4명과 단장 김명식(66)씨가 일에 열중하고 있다. 보기와는 달리 분리작업에 시간이 많이 든다. 화환대에서 꽃을 모두 뽑아낸 뒤 철사를 풀어 부분별로 해체한다. 조장 윤영일(61)씨는 "화환대가 제일 중요하지. 개당 3000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부채꽃과 망은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함께 넘긴다. "허투루 일 안해. 부러진 부채꽃을 일일이 붙여서 다시 쓰게 하지. 이게 시간이 많이 들거든." 이 조에서 가장 나이많은 장병진(72)씨가 옆에서 거든다. '오아시스'(생화가 오래 가도록 물을 머금은 녹색 화공제품으로 화분 역할을 한다)는 산업폐기물이어서 따로 처리한다. 생화는 짓이겨서 퇴비로 쓰기 위해 쌓아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병충해를 없애려고 약을 많이 쓰는 바람에 퇴비로 쓸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한 개 조가 하루에 화환 20 여개를 처리한다고. 시간당 평균 4개꼴이다. 한 개를 해체하는데 네명이 덤벼들어 15분 동안 씨름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작업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화환 수거를 전담하는 단장 김씨는 고개를 내젓는다. 일감을 본부에서 알려주는데도 화환을 가져오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꽤 알려진 예식장이나 장례식장은 다가설 엄두도 못낸다고 한다. "엄청난 이권이 걸린 건데 그냥 내주겠어요." 김 단장은 "국화 같은 것은 일주일 정도는 쓸 수 있다"며 적어도 6번은 리본만 갈아 다시 쓴다고 했다. 3단짜리가 최소 10만 원 한다면 화환 1개로 50만 원을 추가로 번다는 얘기다. 이같은 '양심 불량'으로 화훼농가가 입는 피해는 연간 1000억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번 영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뉴타운 설명회때 사전에 허락을 받고 갔는데도 절반도 못챙겼다. "꽃집에서 차를 3대나 가져왔더라고. 완전히 전쟁이야. 어휴." 한 결혼식장에서는 혼주의 양해를 얻어 화환을 가져가려는데 판매업자들이 드잡이질하는 바람에 혼이 났다고도 했다. "나이고 뭐고 필요없다며 덤벼드는 서슬에 물러서야 했지. (시장을 파고 들어야 하는데)앞으로 쉽지 않겠어."

노인특공대는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잘 견뎌내고 있다. 현재 월 300~400개의 화환을 받아와 처리한다. 수익금의 30%는 적립한다. 금정시니어클럽 소속 사회복지사 이재민(25)씨는 "모은 돈으로 명절때 어르신 선물과 성과급을 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수익이 미미한 상태다. 지난 7월 수익금이 10만7000원 밖에 안됐지만 특공대원들은 "이제 시작이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여름철에는 결혼식을 하지 않잖아. 이달은 추석이 끼어 있으니 힘들겠고 10월부터는 괜찮아질 거야."

금정시니어클럽은 현재 시장 넓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돈이 들어와야 사업을 확대하고 노인들에게 보다 많은 일자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씨는 "부산지역 복지관과 구청 위주로 작업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금정구청과 영도구청, 남구청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예식장이 밀집한 연제구는 예외란다. 자체 예식장도 갖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데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이라며 전화도 하고 공문도 보내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데 반응이 싸늘합니다." 기자가 예식을 담당하는 연제구청 재무과에 연락하자 "담당 직원이 출장중",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요"라며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