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속 군민葬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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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3-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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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유출 피해로 처지를 비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영권씨 영결식이 14일 오전 11시부터 태안군청 광장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됐다.

태안군민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14일 하루 방제작업을 중단하고 참석한 피해어민들을 비롯 지역 주민과 정치권 인사 등 1만여명이 식장을 가득 메워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200여개의 만장이 휘날리는 가운데 열린 영결식에서 피해어민 등 참석자들은 기름 유출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비통해 하던 고인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이원재 장례위원회 공동 위원장(서산수협 조합장)은 영결사를 통해 “수려한 태안반도가 검은 악마로 뒤덮인 참혹한 현실 속에 접한 고인의 죽음은 많은 어민들을 엎드려 통곡하게 했다”며 “고인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어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싸우고 지킬 것인 만큼 남은 사람들을 믿고 편안히 영면하라”고 절규했다.

그는 이어 “절망의 바다를 만들어 놓고도 가해자들은 침묵하고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 모습이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한다”면서 “제2, 3의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삶을 짓밟고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는 자들과 싸워 이길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진태구 태안군수는 조사에서 “기름으로 망가진 바다와 자식 같은 양식장을 바라보며 통곡하던 고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면서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를 더 깨끗하고 생명력 넘치는 바다로 만들고 철저하게 책임을 규명해 고인의 한을 풀어 줄 것”이라고 눈물지었다.

딸 이난숙씨가 “한평생을 바다만 바라보면서 살아온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럽다. 나중에 만나 ‘이번 겨울은 너무 추웠노라’고 이야기할 날까지 편안히 쉬십시오. 사랑합니다”라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오열할 때에는 장내가 울음바다로 변했다.

영결식은 김진묵 공동 위원장이 ‘정부는 책임지고 특별법을 제정하라’ ‘가해자 삼성은 죽어가는 태안을 책임지고 살려내라’ 등 4개항의 성명서 발표와 조시 낭독, 헌화 분향으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