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와 천당 - 김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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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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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형아 친구 진석이가 나만 보면
자꾸
교회 가자 한다 아이가
교회 다니면 죽어서
천당 간다꼬.

니 그 말
믿지 마래이
내 보고도 자꾸 그란데이
지난번에
저그 할매 돌아가셨는데
천당 안 가고
묘지에 갔데이
니도 알고 있제.

아, 그래 맞데이!
그런데 형아,

묘지에도 천당이 있는 거 아이가.

나도 모른데이
니, 잠 안 오나?
자자.

‘묘지와 천당’,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만큼이나 독특하고 재미있는 동시이다. 이 조무래기 형과 아우의 대화가 바로 천당과 지옥이 아닌가 싶다. 사실 현세에서는 어른들마저 이해하기 힘든 영적 세계를 이 아이인들 어찌 구분 짓고 알기나 하겠나. 따지고 보면 천당도 지옥도 묘지도 다 내 마음이 정할 뿐이다.

바른 행동이 천국이요, 그렇지 못한 악행이 지옥일 수밖에 없다. 그것의 저울은 바로 우리 마음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평형 선상에 놓고 보면 정확한 답이 있을 수 없다. ‘와 자꾸 물어 삿노. 나도 모른데이/ 니, 잠 안 오나?/ 자자.’ 그래 어쩜 그것만이 해법일 것이다.

박영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