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장례문화 논·밭에 조상 모시며 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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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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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문화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에서 나오지만 그 문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탄생과 죽음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탄생과 죽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베트남 어디를 가더라도 드넓게 펼쳐진 논밭을 쉽게 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논밭 곳곳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거나, 올망졸망 모여 있는 묘지들이다. 베트남 농부들은 논에 있는 조상의 묘 옆에서 소를 끌고, 풀을 뽑고, 벼를 벤다. 조상의 묘 자체가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것이다.

그들이 논밭 한가운데 놓인 묘 옆에서 땀을 흘리고, 또 자신들의 삶을 나누고 있는 모습에서 ‘어쩌면 베트남에서는 삶과 죽음의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상과 늘 함께한다는 그들의 ‘조상 숭배’ 문화가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베트남 사람들의 조상 숭배 문화는 죽음을 해석하는 시각에 녹아 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혼이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마지막 숨을 내뱉을 때 그 사람의 혼과 백이 분리된다는 것인데, 혼은 신령이 거둬가고 백은 집에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조상의 혼과 백을 붙잡기 위해 비단으로 시신을 덮는데, 이 비단을 혼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혼백을 지붕으로 가져가 함께 날려보낸다. 죽어서도 혼과 백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때문이다.

장례는 3∼5일 장으로 치러진다. 한국 전통 장례문화와 비슷하게 망자의 집에서 장례를 치르고, 친척과 마을 사람들이 방문해 애도한다. 그리고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장지로 향한다.

베트남에서 묘는 ‘영원한 안식처’라는 개념이 강하다. 그만큼 묘지에서 조상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정성을 쉽게 볼 수 있다. 조상 숭배 문화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명당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수맥이 흐르지 않는 곳이다. 수맥이나 물이 묘 옆에 흐르면 후손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관념이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달랐다. 그 이유는 베트남이라는 나라 자체가 비가 많이 내려 땅속에 습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논이나 마을 옆 들판 그리고 자신들의 집과 가까운 마을의 공동묘지에 조상의 시신을 안장한다.

이 때문에 베트남에는 ‘개장식’이라는 독특한 장례 문화가 존재한다. 1차로 조상의 시신을 안장한 뒤, 3∼5년 후에 이장을 하는 것이다. 습기가 많은 베트남의 특성상 그 기간이 흐르면 시신은 뼈만 남게 된다. 이때 묘를 개장해 뼈만 깨끗하게 닦아 석관이나 항아리에 모신 뒤 생전에 고인이 묻히길 원했던 장소에 다시 안장하고 비석을 세우게 된다.

비석에서도 베트남 사람들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묘지의 형태는 같지만 유교, 불교, 천주교 등 각자의 종교 양식에 따라 그 비석의 형태는 각기 다르다. 종교를 떠나 하나 비슷한 점은 묘지에 향을 피울 수 있는 제단을 만들고, 그 제단에 놓인 향로가 비에 젖지 않도록 지붕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과 논을 오가며 조상의 묘에 들러 예를 올린다.

비석 양식은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변화됐다. 최근에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 영향을 받아서 프랑스풍이 느껴지는 비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푸토성에서 만난 농부 즈엉 궈 바우(60)씨는 “조상 숭배는 모든 종교를 넘어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문화 중 하나”라며 “베트남에서 죽음은 한 사람의 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대의 조상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을 잘 이끌어 주기를 바라면서 대부분 사람이 묘와 별개로 집에 사당을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