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 심어서 좋은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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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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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유택(幽宅)이라 부른다. 죽은 사람이 사는 집이란 뜻이다. 왕과 왕비의 무덤을 능침(陵寢)이라 한 것도 ‘사후에 편히 쉬는 집’이란 의미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의 사상에 근거해 봉분을 원형으로 지었다. 혼령은 하늘에 머물기 때문이다. 오늘날 공원묘원에 조성된 수많은 사각형 분묘들은 우리 사상과 다른 서구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

무덤은 선사시대부터 보호·미화·기념(추모)이란 세 가지 측면에서 중시됐다. 사시사철 얼었다 녹았다 반복되며 봉분이 유실되거나 산짐승이나 해충이 사체를 훼손하는 것을 막고자 돌로 봉분을 쌓거나 치장했다. 조경의 일환으로 봉분과 묘역에 잔디를 심은 뒤 그 바깥에는 나무를 심었다. 여기 무덤 주위에 심는 나무를 묘지목이라 부른다.

봉분에 잔디를 입히는 것은 조경적인 측면의 미화이기도 하지만 본래는 무덤이 유실되거나 붕괴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잔디는 뿌리가 짧아 시신이나 유골을 휘감지 못한다.

하지만 잔디만으로는 무덤의 조경을 완성할 수 없어 무덤 외곽에 숲을 조성하고 방풍과 더불어 휴식 공간으로 이용했다. 여기서 가장 선호된 묘지목은 소나무다. 신라시대부터 조선의 왕릉에 이르기까지 능 주변에는 송림이 많이 조성됐다.

묘지목은 무덤 속으로 뿌리가 침범하지 못하고 나무 그늘로 인해 잔디가 죽는 피해를 막고자 가급적 무덤에서 멀리 떨어뜨려 심는 것이 원칙이다. 조선의 왕릉을 봐도 봉분 가까이에 나무를 심은 경우는 볼 수 없고 묘계 외곽에 푸른 송림을 조성한 게 일반적이다.

유명하기는 단연 광릉의 수목원이다. 그곳은 460년간 풀 한 포기도 채취하지 못하도록 임금이 명령을 내렸던 곳이어서 현재도 울창한 자연 수림이 잘 발달해 있다.

무덤에 한두 그루 심는 묘지목으로는 제사 때 쓰는 향을 구하고자 향나무가 많았다. 수종마다 땅의 기운과 바람의 흐름이 나무의 생태적 기운과 맞아야 하니 배롱나무, 소나무, 이팝나무 등도 있다. 특히 붉은 꽃이 100일 이상 피는 배롱나무는 절개와 지조를 상징해 충신이나 열사, 선비의 무덤에만 가려 심었다.

좁은 묘역에서 봉분을 보호하고 미화하는 기능을 모두 고려할 때 수관이 좋으면서 폭이 넓지 않아야 한다.

잔디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인데 반송이 적당하다. 반송은 지표면 가까이부터 굵은 줄기가 여러 개로 갈라지는 소나무로 예로부터 도래솔이라 부르고 묘지에 많이 심었다.

묘로 침입하는 잡귀를 물리치는 힘을 지닌 삼나무도 괜찮다. 묘지의 지기와 생태적으로 맞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 값비싼 조경수도 땅과 궁합이 맞지 않으면 오래 살지 못하니 땅 기운과 바람의 흐름에 맞춘 풍수적 식목이 필요하다.

나무의 기를 음양오행으로 구분해 땅과 상생인 꽃나무를 심으면 명당의 기가 북돋아져 더욱 좋다.

대추나무와 모과나무는 좋지 않은데, 이 나무들은 수분을 많이 흡수해 잔디를 마르게 하고 또 수분이 가지 끝에 모여 피뢰침처럼 벼락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