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낮은 저 무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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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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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자락에는 먼저 가신 사람들의 동근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가 하면, 좌청룡 우백호 산줄기가 양옆을 감싸고, 앞으로는 숨 고른 햇살이 내려앉는 들에 넉넉한 물이 흐르며 멀리 우뚝 솟아있는 주봉이 바라다 보이는 명당 터에 자리 잡은 궁궐 같은 유택은 나라를 구했거나 권력과 부를 누리던 분들의 묘지일 것이다.

권력을 가지고 부를 모으고 땅을 넓히었을 분들, 부모 잘 만난 덕에 어영비영 잘살던 후손들도 그 시절 부귀를 그대로 짊어지고 산으로 갔는지, 선대들과 나란하게 집성촌을 이루고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어 사후에도 부자들의 가문을 자랑하고 있는 듯하다. `어려서 고생은 장 고생으로 이어진다.'가 아니라 살아서 가난은 죽어서도 가난한 것인가? 손수레도 못 올라가는 골목길로 새끼줄에 꿰어 매단 연탄을 들고 올라가 고된 하루를 녹이던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은 죽어서도 달동네를 만든 공동묘지에 집 처마 끝 맞대고 있다.

공동묘지를 바라보면 옹기종기 다닥다닥 정답게 모여 있어 생전에는 어렵게 살았던 망자들이 외롭지는 않겠다 싶다. 이 달동네마저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의 육신은 고향인 흙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화장장 불가마에서 뜨겁게 사라졌을 것이다.

살아있는 동물들은 집을 짓는데 대부분이 생활하기 위해서 집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새끼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나 우화(羽化)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람 먹고 입는 것 다음이 집이다. 내 집 마련이 꿈이고 좋은 집은 욕심이고 부의 축적이며 상장이다. 죽어서도 아름다운 땅에 좋은 유택을 가지고 싶어 한다.

누에처럼 집을 짓고 들어가서 미라 같은 번데기로 있다 다시 우화하여 날아오르듯이 부활하기를 바라는 자식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관혼상제의 까다로운 의식은 후손들에게 따라하면서 배우고 느끼게 하려는 교육적 의미가 있다. 특히 자식들이 돌아가신 부모를 좋은 곳으로 모시려는 장례문화인데 이마저 광고화 되고 현실화되어 가면서, 묘지는 더 크고 화려해지거나 망자의 빌라나 아파트인 좁은 납골당에 몸집을 축소해 입주시키던가 후손들이 편하게 산화시켜 유전자의 흔적조차 없이 지워버린다.

석도익 소설가·홍천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