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3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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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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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로 알려진 사업가 한 분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하고 있었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큰 손해를 보았기에, 이를 만회하기위해 절치부심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사코 그분을 말렸다. 그 사업가의 능력을 아는 주변인들은 내가 왜 그렇게 정색을 하며 말리는지 그 까닭을 알지 못했다.

미신 같지만 예로부터 전해오는 관습에는 선인들의 지혜가 스민 것들이 많다. 가령, 생리하는 여자가 산에 오르면 부정 탄다던가, 꼬마신랑을 거꾸로 매달아 발바닥을 치는 관습 등. 산에 호랑이가 많은 시절 피 냄새를 맡고 덤벼드는 호환을 막기 위해서이고, 경험이 없는 꼬마 신랑의 혈기를 돌게 하기 위한 혈자리 자극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었던 것인데.

옛날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3년상도 마찬가지다. 3년상에는 자손으로서 근신하라는 지혜가 새겨져있다. 부모 상을 당하면 모든 벼슬을 뒤로하고, 묘지에 움막을 짓고, 씻지도 않고,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과거의 3년상은 아니더라도, 그 속에 스민 지혜는 현대인들에게도 그대로 유용하다.

현대인들은 3년상을 유교시대 무모한 관습이라고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부모가 상을 치르고 별다른 이유 없이 사업이 쇠퇴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사업에 성공하고 높은 직위에 오르면 인간은 오로지 자기 능력의 결과인양 착각하기 쉽지만 사업은 눈에 보이는 경영자의 자질 뿐 아니라 부모의 음덕이 크게 좌우한다. 상을 당했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음덕의 한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

남들은 그 사업가가 근면하고 성실해서 큰 부를 이룬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오랜 기간 잘 모신 음덕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는 사업이 기울기 시작한 시점이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시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상을 당한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서 다시 큰 사업을 하려하자 내가 말렸던 것이다.

나도 어머니 상을 당하고 큰 사업체 하나가 크게 흔들린 적이 있었다. 이후 그렇게 좋아하던 골프를 2년간 중단했다.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음주가무도 자제했다. 남들에게 표내지 않고 근신을 한 적이 있다.

마음의 3년상. 일상에 지장 없게 생활하면서도, 유별나지 않게 근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행동하는 지혜를 되살려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차길진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