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오래된 새 길을 가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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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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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의 변화를 읽다 -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생사의례학과 외래교수  

앞에서 하늘과 땅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고대 동양인들이 생각한 하늘은 “솥단지를 업어놓은 모양의 둥근 것이어서 圓이라하여 천원(天圓)이 되고, 땅에는 방향이 있어 지방(地方)”이라 하였다. 하늘은 원(圓)하여 방향과 방위가 없으나, 땅은 구분이 있어 방향과 방위가 있는 것이고, 하늘은 크게 덮고 있으며, 그 속에 땅이 있어 하늘이 주는 것을 품어 계절을 나누고, 밤낮으로 이어가는 것으로 보았다.

하늘은 앞서 이끌어가고 땅은 그 기운을 받아 만물을 길러내고, 하늘이 주는 모든 것을 아무런 불평과 불만 없이 오롯이 받아 그 속에서 생명을 길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늘과 땅이 궁금하여 천원지방(天圓地方)으로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였던 것일까.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또 한 번 이어갈 열쇠를 찾고자 한다.

과거 고대 인류의 삶이 지금의 짐승들과 다를 바가 없던 시절. 우리의 조상들은 다른 짐승을 사냥하고, 열매를 채집하면서 삶을 영위했을 것이다. 인류에게는 아무런 지식이 없었다. 오로지 삶을 위해 자연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만이 존재했던 시기였던 것이다. 그런 인류에게 찾아온 첫 번째 혁명은 정착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착생활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유목생활을 접고 한곳에 머문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인류는 정착을 통해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의식주를 해결하게 되었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인류는 시간의 변화속에서 싹이 돋아나고, 열매가 열리고, 따가운 햇살에 열매가 익어가고, 찬바람이 불고 눈이 덮여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모습을 보며, 정착을 위해 필요한 계절의 변화와 살아가기 위해 대응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니 유목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였는지도 모른다.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짐승을 따라 사냥을 통한 삶을 영위하면서 하루, 한 달, 계절의 변화를 인지하고 정착에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대한 지식이 어느 한 순간에 만들어지고 이해하고 적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랜 시간 자연의 변화에 대한 지식의 축적과 많은 희생을 통해 자연의 변화에 적응함으로써 정착생활의 새로운 장을 열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착생활을 시작한 고대 인류에게 시간의 변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간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포기하고 시간의 변화에 적응하고자 선택한 그들의 선택이 올바른 방향이기는 했지만, 하루의 변화를 알게 되고, 이러한 하루하루의 변화가 모여 계절이 바뀌게 됨을 알게 되고, 이러한 계절의 순환을 통해 1년이라는 주기성을 발견하게 됨으로서 비로소 계절을 준비하고 삶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게 된 것이다.

잠에서 일어나 눈을 뜨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한 낮 머리위에서 내리쪼이는 강렬한 태양을 느끼고, 붉게 물든 노을과 함께 사라지는 태양을 보자. 그 태양의 움직임을 통해 하늘의 모양이 둥근 형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이 일정하여 그 방향을 동쪽이라고 이름붙이고, 그 시간을 아침이라 하였다. 반대로 해가 지는 방향을 서쪽이라 이름하고 그 시간을 저녁이라고 약속하기로 하였다면, 자연스럽게 “아침에 동쪽에 해가 뜨고, 저녁에 서쪽으로 해가 진다”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늘에 정하지 못한 방향을 땅에서 정하였고, 이런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을 이루게 된다.

한 달의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이는 밤하늘 달의 변화와 연결된다. 아무것도 없는 밤하늘에 어느 날 달이 조금씩 보이다가 완전히 둥근달의 모양으로 밤을 밝히고, 다시 조금씩 줄어들어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달의 변화를 살펴보다가 한 달의 주기성을 발견함으로써 계절과 연결하는 실마리를 찾았을 것이다. 결국 하루하루의 태양이 한 달의 변화를 이끌고 한 달의 변화가 계절의 변화와 연결되고, 계절의 변화는 봄 · 여름 · 가을 · 겨울로 이어지면서 한 해의 완성으로 연결되는 자연의 순환을 알게 된 것이다.

인류는 하늘의 변화와 땅의 변화를 알게 되었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이해를 종합하여 1년은 4계절, 365일, 12달로 구성되게 되었고, 1달은 달(月)의 주기적 변화를 기준으로 30일로 하고, 이를 10일 단위로 하여 상순, 중순, 하순으로 나누게 된다.

하루는 12시간(지금의 24시간이다.)으로 구분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명칭에 우리 선조들의 자연관이 담겨있다. 1년의 주기성의 주체는 ‘태양, 해’이다. 그래서 1년을 말할 때 ‘한 해, 두 해’라 하고, 1개월 주기성의 주체가 ‘달’이기 때문에 ‘한 달, 두 달, 1월 달, 2월 달’이 된다.

그렇다면 하루의 명칭은 어떻게 된 것일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오늘 이 하루가 어제와 같은 하루인가 아니면 다른 하루인가? 해가 지면 그 해는 어디로 가는가? 태양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서쪽으로 기운 태양은 바다 저편아래 태양이 쉬는 곳인 탕곡이란 계곡에 있는 부상(扶桑)이란 거대한 나무에서 쉬었다가 다시 자기 순서가 되면 나오는 것으로 알았다.

천제의 아들인 태양은 10개로 각 자의 역할이 있었는데, 첫 태양은 그 기운이 땅속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기운을 가져 갑(甲)이라 하였고, 두 번째의 태양은 발아된 씨앗이 싹을 틔우기위해 땅속에서 뿌리가 자라나고 어렵게 자라나는 기운을 가져 을(乙)이라 하는 등 10개의 태양은 각 자 자기만의 기운을 가지고 하루에 한 개씩 세상에 나와 자신의 기운으로 세상을 비추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이러한 태양의 기운을 묶어 천간(天干)이라 하였고, 10개가 되는 것이다. 하늘의 변화는 태양이 이끌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10천간이라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는 음양오행의 논리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기보다는 하늘의 기운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하늘과 태양의 영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식물의 변화를 통해 하늘과 태양의 기운을 나타내고자 표현한 것이다. 왜 10개의 태양으로 상징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자신의 몸의 변화와 상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척도로 삼고자 했기 때문에 손가락의 개수에서 10진법의 기초가 시작된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태양의 변화를 더듬다보니 계절이 변화되고 세상이 변화되어가는 것을 알고 그 변화를 알기위한 노력이 진행되는데 하늘이 드리워주는 변화를 읽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고대 동양의 천문학은 제왕학의 기초가 된다. 아울러 하늘이 드리운 세상의 질서를 본 받아 백성을 가르치고 세상을 다스려야 하기 때문에 모든 동양의 예의 뿌리는 하늘에서 오게 된 것이다.

이유야 어떻던 이제 고대 사람들은 하루의 변화와 한 달의 변화 일 년의 변화를 알고자 했고, 그 답으로 찾아낸 것이 오늘 이야기한 10천간에 대한 이해이며, 12지지에 대한 논의이다. 12지지에 대한 이해는 다음편 “땅의 변화를 읽다”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혹여 10간 12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가 계시다면, 이는 구성상 우주의 구성논리와 음양오행론에 대한 논의를 마친 3장에서 세부적으로 알아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필자가 안내하는 이 ‘오래된 새길’을 함께 걸으면서 천천히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울러 전통의례와 문화 특히 상례와 제례에 대해 문의할 내용이 있다면 조금 번거롭겠지만 “cafe.daum.net/donggukfba”의 교수 프로필방에 질문을 남겨주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기회로 삼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