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역 폭발참사’ 30주년 추모행사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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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3-1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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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11월 11일 밤 9시15분. 전북 익산시(당시 이리시) 13만 시민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TV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국과 이란의 월드컵축구 예선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창인동 삼남극장에선 관객 700명 앞에서 작고한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사회로 ‘하춘화 쇼’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팀의 슛이 이란의 골문을 가른 직후 누군가 스위치를 누르듯 15초 간격을 두고 세 차례 굉음이 울렸다. 시가지는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면서 폐허로 무너져 내렸다. 거리는 시신과 부상자, 그리고 신음소리로 가득했다.
이리역 참사는 화차에 실은 한국화약의 폭발물 40톤이 호송원의 과실로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철도공무원 9명 등 59명이 사망하고 1343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35개 학교 교사와 주택 7866동이 부서졌다(익산시 집계). ‘전북도정50년사’(1999년 발간)는 기관차 파편이 700m까지 날아가 집을 부쉈고 반경 8㎞ 내 유리창이 모두 깨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참사 30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11월1일부터 11일까지 익산시내에서 열린다. 지역 각계 대표는 10일 이리역폭발사고희생자추모사업회(대표 김삼룡)를 발족, 추모사업의 대강을 밝혔다.

행사 기간 동안 극단 ‘작은소동’은 창인동 아르케 소극장에서 이 사고를 대본으로 연극 ‘이리’를 공연한다. 사고 당시와 이후 익산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이달 말까지 수집, 이 극장과 익산역 등에 전시한다. 이 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 ‘이리’(감독 장률)의 여주인공 윤진서씨는 10일 익산역에서 팬 사인회를 갖는다.

11일에는 익산역 광장에서 진혼제를 갖고, 익산의 미래를 다짐하는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한다. ‘익산, 세상을 호옹하다’는 테마로 일몰 이후까지 추모공연이 펼쳐진다. 이날 익산시 명예시민이자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가수 하춘화씨와 시립합창단 등이 추모의 노래와 춤을 펼친다. 사고 현장 시민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 상영하기도 한다.

전국 각계의 온정과 노력으로 시가지는 2년만에 복구됐다. 이재민 4387명은 천막에서 추위를 이겨내고 이듬해 새로 지은 모현아파트, 창인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다. 김완중 시 기획예산팀장은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들의 아픔을 달래면서 시민 모두 화합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가자고 다짐하는 행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