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장례문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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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3-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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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재벌가(家)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성장시대를 이끌었던 대기업 창업주와 반려자들이 속속 영면(永眠)하며, 재계는 슬픔에 잠겼다. 이 같은 부음이 들릴 때마다 일반인들은 ‘재벌가의 장례는 어떻게 진행될까’며 궁금해 한다.

대기업 오너의 장례는 가풍에 따라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계에서 찾아오는 조문객들이 많고 4, 5일장으로 장례 일정이 다소 길다는 점을 빼고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성대하지는 않다. 조화와 부의금은 받지 않는다. 사회 지도층으로서 화장을 통해 모범을 보이는 집안도 적지 않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모친인 하정임 여사가 별세한 지난 9일.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는 오후부터 정관계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노무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의 조화가 나란히 놓였다.

현직 그룹 오너의 상가인 만큼 직접 조문을 온 총수들이 많았다. LG와 한가족이었던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은 가장 먼저 상가에 와서 구 회장을 조문했다. LS그룹 구자홍 회장 등 GS, LS의 오너들이 모두 다녀갔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회장단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룹 오너들을 비롯해 정관계 주요 인사 등 이날 다녀간 조문객들만 대략 1000명에 이른다. 상주인 구본무 회장은 VIP실에서 가끔씩 조문객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조화는 원칙적으로 받지 않았으나 보내온 조화는 리본만 떼내 장례식장 벽면에 걸어뒀다. 워낙 조문객이 많다보니 조문시간은 밤 11시를 넘겼다. 장례는 그룹 비서팀과 홍보팀 등에서 총괄하고 가족장으로 진행된다.

유교가풍이 강한 LG지만 장례는 화장으로 치른다. 구 명예회장이 몇년 전 경기도 이천의 LG인화원 인근에 마련한 봉안당에 안치된다. 구 명예회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봉안당을 마련하며 “땅도 모자라는데 화장해야지요”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종현 전 SK 회장도 화장으로 장례를 치른 바 있다.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불교식 장례법에 따라 화장을 했다.

현대자동차 등 범현대가는 전통적인 장례문화를 따른다. 경기 하남시에 선영을 마련하고 매장을 주로 하고 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지난해 변중석 여사가 타계했을 때는 3일장에 불교식 49재와 100일 탈상 등 유교식 장례를 따랐다. 현대가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에 선영을 두고 있다.

2001년 별세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장례식은 자택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졌으며 국내외 전 사업장에 빈소가 마련되기도 했다. 현대가는 대부분 현대아산병원 영안실을 쓴다.

2006년 7월 별세한 고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정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 장례식에서는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이정무 한라대 총장이 호상(護喪ㆍ장례를 주선하고 보살피는 사람)을 맡아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고인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점을 감안, 장례식은 기독교식으로 했고 매일 고인을 추모하는 위로예배를 가졌다. 영결식에는 고인의 직계가족과 ‘범현대가’, 한라건설 임직원 등 1000여명이 참석해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재계에서는 대기업 오너들 상가의 경우 직접 찾아가는 것이 예의이자 관례다. 해외 출장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조문을 못 가면 오너 자녀와 그룹 부회장들을 함께 보낸다.

2006년 5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장례식장에도 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 대주주),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재계 오너들이 직접 조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