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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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0-11-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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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수 양평군 문화복지국장
세종시의 공설화장장인 은하수공원에서는 매년 축제가 벌어진다. 축제 당일에도 화장의례는 멈추지 않는다. 언뜻 보면 부조리해 보이지만 이제 세종시민에게는 익숙한 모습이다. 멀리 동떨어진 데서 마치 숨어서 하듯 치르던 화장의례가 이제 가까운 곳에서 모두의 조의 속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뿐 아니라 함안, 서울, 인천 등의 공설화장장도 시민이 즐겨 찾는 공원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화장시설은 어떠한 환경오염도 발생시키지 않는 첨단기술이 도입된 지 오래고, 화장시설 반경은 지역주민의 공익시설로 조성하는 게 기본상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양평군민 38.5%가 공설화장장 조성을 가장 시급한 장례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내가 사는 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이율배반적 의식의 양평군의 공설화장장 조성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양평군은 오는 12월 15일까지 공설화장시설 조성후보지를 공모하고 있다.

리 단위 세대주 60% 이상의 찬성이 선행조건이다. 조성지로 선정되는 리 단위 지역에는 60억원의 마을발전기금이 지원되고, 공설화장시설 부대시설(식당, 매점, 장례용품 판매점, 카페)의 운영권 부여, 시설근무 기간제 근로자 우선 채용, 해당 읍·면민 화장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이 수반된다. 마을 안에 번듯한 공원도 생기고, 수익사업도 보장되고, 마을의 웬만한 숙원사업은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다.

현대의 화장장을 아직도 옛날 화장터쯤으로 여기는 고집만 버린다면, 마을 발전의 획기적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공모에 참여하는 마을이 몇 되지 않는다. 유치위원회마다 지역주민의 뿌리 깊은 '화장장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데에 애를 먹고 있어서다.

매립방식의 장례는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고 또한 근절되어야 한다. 묻힐 곳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으며, 매립에 따른 환경훼손이 심각해서다.

현재 양평군민의 경우 최소 1시간에서 2시간 거리의 타지역 화장장을 이용해야 한다. 해당지역 주민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예닐곱 배의 장례비용을 지불하고서도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다.

그나마 공원화된 시설들은 해당지역의 수요가 높아 거의 대부분 후미지고 낡은 시설에서 치르게 된다. 무엇보다, 마지막 의식을 내가 살던 곳이 아니라 멀리 타지역에서 치러야 하는 슬픔을 감수해야 한다. 비록 매립의례는 아니더라도 마지막 길만큼은 고인이 살던 곳에서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양평군의 공설화장장 조성은 늦은 만큼 유리한 점도 많다. 타지역 우수사례를 다 모아서 건립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어느 지역보다 탁월한 시설조성을 장담한다. 앞선 시설들의 문제점도 모두 감안하여서 일체의 문제점 발생 우려도 없음을 장담한다. 무엇보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편리한 화장공원이 건립될 것임을 장담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내 가족, 그리고 언젠가는 내 자신도 세상을 떠나게 된다. 가까운 곳에 쾌적하고 넓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 아니라 누구나 즐겨 찾는 장소에, 영원한 안식을 누릴 공간 마련은 당연히 양평군민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한 과업이다. 이 꼭 필요한 과업에 많은 지역주민의 동참과 관심을 간절히 요청드린다.

화장장은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다. 지역주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원이며, 고인을 합당한 의례로 모실 수 있는 문화시설이며, 해당마을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임을 다시 한번 간곡히 말씀드린다.
화장장은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다. 지역주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원이며, 고인을 합당한 의례로 모실 수 있는 문화시설이며, 해당마을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임을 다시 한번 간곡히 말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