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 풍경소리] 아름다운 장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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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5-07-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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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으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궁전같은 좋은 집과 웬만한 아파트 한 채값보다 더 비싼 고급 자동차?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호사스러움은 무덤이란 생각이 든다. 생전에 지위가 높고 엄청난 부를 지녔던 사람일수록 조상의 묘터를 다시 정비하거나 좋다는 묘터를 미리 살피기도 한다. 고대 때부터도 황제나 왕들 그리고 귀족들은 본인들이 사후에 들어갈 무덤터를 미리 정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나 좋은 묘터의 발복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좌청룡 우백호와 같은 풍수상의 의미를 매우 중요시 여겨왔다. 그러나 워낙 땅이 부족한 지라 지금은 자기 누울 자리 하나 잡기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필자는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만 알고 있었지만 올 초엔가 본 어떤 신문기사에서 이슬람교의 장례문화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을 접한 바 있다. 참으로 마음을 겸허하게 만드는 내용이었으며 상식적으로만 알고 있던 이슬람교의 교리가 종교적 가르침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진솔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심을 갖고 살다가 죽으면 그저 천국에 간다는 그런 단순한 가르침과 교리를 뛰어넘는 본질적 통찰과 함께 말이다. 

내용인즉슨,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아랍국가 하면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안정적인 정치체제를 지닌 사우디아라비아를 10년간 통치한 고(故) 압둘라 국왕이 평민들과 나란히 공동묘지에 묻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신은 관도 없이 흰 천만 한 장 둘렀고 묘소에는 봉분을 올리는 대신 흙바닥에 얕게 자갈을 깔아 간신히 무덤이라는 것만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이며 압둘라 국왕은 이 묘지에 묻힌 선대 국왕이나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묘비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압둘라국왕은 생전에 국영기업을 소유해 자산 규모가 우리 돈으로 약 18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지녔다 한다. 이러한 장례 모습이 사치스러운 장례 행사를 우상 숭배에 가까운 부끄러운 일로 간주한다는 와하비즘, 즉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를 따른 결과라 한다. 이슬람에선 죽음이 끝이 아니며 완전히 존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게 이슬람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이는 불교의 윤회관과도 상통할 수 있는 논리다. 
죽어서라도 자기 존재를 과시하고 싶은 인간들의 욕구는 피라미드나 왕릉과 같은 호사스런 무덤을 지어 금은보화를 함께 묻었고 때로는 남은 부인이나 부리던 부하, 하인과 하녀까지도 순장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순장의 전통은 세계 곳곳 고대 전제국가에서 흔히 보여지는 경우다. 어쩌면 이는 죽음 자체를 거대한 두려움으로 봤기에 순장을 강요한 것일 수도 있다. 죽어서 저 세상에 다시 함께 태어난다는 의미를 부여해가면서 말이다.

이슬람국가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니파를 믿는 나라에서는 이렇듯 소박하고 담담하게 장례를 치르는 겸허한 장례문화를 지니고 있는가 보다. 더불어 어떻게 마지막을 준비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