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Well-Dying)의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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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2-07-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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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면 오영학 (전) 경기도 문화복지국장.jpg

삶은 평안하고 가치있게 살며, 죽음은 후회없이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일반적인 소망이다. 최근 ‘웰다잉’, 즉 참죽음이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정년으로 사회생활을 은퇴한 분들에게는 더 새롭게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25년 노인 인구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사회에서의 ‘웰다잉’에 대한 소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죽음을 당할 것인가? 아니면 죽음을 준비하며 맞이할 것인가? 개념의 근본에서 차이가 있으며 차원이 다르다. ‘웰다잉’,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위해서 먼저 ‘웰다잉’ 정책과 행정을 통해 우리의 현주소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그 출발점이 되겠다.

‘웰다잉’을 범국민적 민간주도 사회운동을 목표로 2019년 “(사)웰다잉문화운동” 법인이 설립되었고 국회에 다수의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웰다잉연구회”가 운영되고 있다. 한편 53개의 웰다잉단체협의회가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웰다잉’의 사회적 가치와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웰다잉’ 없는 웰빙(Well-Being)은 없다는 견지에서 삶의 모습을 살펴본다.  넉넉하고 안정된 삶의 웰빙, 건강한 노령화의 웰 에이징(Well-Aging),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인 웰다잉, 유산기부 및 생활물품 기증의 웰기빙(Well-Giving)으로 분류된다. 모두 현재의 삶을 더 가치있게 살기 위한 연장선의 개념이다.   

생애말기에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웰다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관련되는 법제도를 살펴본다. 

건강하고 안정된 노후생활에 관련한 “노후준비 지원법”(2014년), 건강보험으로 병원사망비율이 77%로 매우 높기 때문에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자기결정권 확보 일환인 “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2016년)에 근거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호스피스 · 완화의료동의서가 있다. 또한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판단능력이 미흡하거나 친권자 없는 미성년자의 재산과 신상을 관리하는 “후견등기에 관한 법률”(2017년)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2020년), 고독사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 2020년)과 지방자치단체의 “웰다잉 문화조성에 관한 조례” 등이 있다.

가족을 위한 첫 번째 유품인 유언장과 마침표(임종 Ending)노트, 장례방법의 이별 준비인 사전장례의향서와 (사)웰다잉문화운동의 역점사업인 고인의 추모문화 활성화 일환으로 조문객에게 제공하는 팸플릿인 생애보, 조문보는 전문기업이 상표권을 출원하여 제작해주고 있다.  

한편 1인 가구 특히 독거노인 가구의 가속화로 생활용품 및 거소정리 일환의 “정리수납컨설턴트” 전문자격과정도 활성화되고 있다.

죽음교육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를 통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삶의 유한성을 재인식하여 더 의미가 있도록 초점을 두고 있으며, 유족의 정신적 트라우마(trauma)를 극복하는 사별애도와 치유교육이 중요시 된다.

눈을 돌려 ‘웰다잉’ 가치관에 대한 우리와 서구사회의 차이를 고찰해 본다.

사회적 보편성과 객관성이 ‘웰다잉’ 제목 도서들에 상징적으로 함축되어 있다고 판단돼 국내도서 42권과 외국도서 26권에서 실마리를 찾아봤다.

국내도서의 대분류 중 인문분야는 죽음에서 삶을 배우고 괜찮은 죽음이 주제이며, 종교분야는 두려움 버리기와 아름다운 마무리 등으로 요약된다. 자기계발분야는 웰다잉 노트, 엔딩노트(Ending Note), 가족에게 남기는 메모리얼노트(Memorial) 등 이별 기록을 통해 맞이하는 죽음으로 자아성찰의 길을 찾고 있다. 외국도서는 ‘좋은 죽음(Dying Well)’이 언급된 타이틀이 무려 21권이며, 잘 준비된 죽음과 죽음의 조건 등이 주제이다. 이들 중 눈에 띄는 똑같은 제목“The Art of Dying Well”은 7권으로 작가는 각기 다르다.

필자는 ‘Art’를 승화된 예술적 삶과 같이 아름답게 만드는 좋은 죽음의 ‘슬기’로 표기하고 싶다. 세계적 ‘웰다잉’의 대가이자 완화의료 전문가인 미국의 Ira Byock(아이라 바이오크)는 저서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2010), ‘품위 있는 죽음의 조건’(2011) 등에서 관계를 치유하는 네 마디 말 “사랑해, 고마워, 용서할게, 용서해줘”를 들었는데 이는 새겨둘만 하겠다.  

우리는 거리를 둔 내면적 인식으로 받아들이고 서구사회는 ‘Dying Well’로 미화되는 생활화된 종교적 의식에 바탕을 둔다. 사전준비 측면에서 우리는 도덕적인 죽음교육, 서구는 윤리적인 신앙교육이 토대이다. 양쪽의 집약적 공통성은 현재의 충실한 삶이 결국 좋은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슬기로운 마음가짐과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서 살아있는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라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두 가지 소재로 장례 마무리의 단면과 신토불이 ‘웰다잉’ 용어에 공감을 구하는 차원에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먼저 장례식장에서 형제자매 상주분들의 대화 단막이다. 장자인 분이 ‘아버지께서 지난 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본인도 좋고 우리도 편히 지내라고 혼자 작은 아파트 생활을 하셨는데 얼마 전부터 몸이 안 좋다고 통원치료를 받으시다 입원하시고 내게 이걸 주셨는데 이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 카드를 발급 받으시고 의사에게 부탁까지 해놓으셔서 자손들에게 효심의 수고를 덜어주신 일은 고마움과 섭섭함을 넘어 큰 가르침을 주셨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한마디로 고인께서는 ‘웰다잉’을 실천하신 분이다.

장례를 모신 후에 전셋집과 생활물품의 정리 그리고 집청소에 대해 동생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한 분이 집은 형님께서 주인과 정리해 주시고, 우리가 가져야 할 물건들을 점검한 다음에 업체에 위탁해서 정리하자고 한다, 이에 다른 분이 가전제품, 가구, 많은 책과 멀쩡한 의류는 필요한 집에서 챙기도록 하자는데 모두 동의를 한다. 여기에 딸인 분이 요즘 고인의 물품정리와 집청소 등 환경을 정돈하는 유품정리업체를 인터넷 또는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하면 알 수 있으니 지역에 있는 전문업체에 의뢰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가전제품, 가구는 매각 형태로 수수료 견적에 계상하거나 아니면, 지역의 민간복지시설이나 어려운 집에 기증하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다. 아버지께서 평소 어려운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하니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막내로 보이는 분이 교육자이셨던 유지를 살려 통장에 남긴 금액에서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여 존함 석자를 남겨드리자는 제의에 한 분이 엄지손가락으로 동의를 표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기 좋은 모습이다. 

주위에 둘러선 아이들에게 값진 교육임에 틀림이 없다. 남긴 생활유품을 가치있게 정리하는 마음가짐에 아직은 옆에 계신 고인께서 미소를 짓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맥락에서 ‘웰다잉’의 한 축이 되고 있는 생전유품정리의 행정적 제도화를 위한 “생활유품관리사” 전문기능인의 민간자격등록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는 2018년 11월 생활유품정리전문 사회적기업의 임직원이 주축이 되어 설립되었다. 정부는 노인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독사 등 다사(多死)사회에 대비한 사회적 문제 및 노인정책을 보건복지부가 체계적으로 행정관리를 하고 있다. 다만 장례의 마무리인 생활유품정리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조치가 없음을 비판하며 지적하고 싶다. 민간자격등록이 3년에 걸쳐 추진되고 있다. 유족이 위탁한 고인의 생활물품과 거소를 정리하는 생활유품정리업은 어느 가정이나 모두 필요하다고 공감한다. 등록업무를 총괄하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해당 부처를 보건복지부로 분류하고 있으나, 불가사유는 협회가 비즈니스 차원에서 우선적 협력체인 장례업종과의 연계를 위해 제의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신에 한정되어 있어 적용하는 데 부적정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필자는 장례의 큰 틀에서 마무리 일환임을 강조하는 근본 가치와 행정의  효용성을 웰다잉에 연계한 주제로 일간신문에 십여 차례 기고를 하고 있다.

부득이 오래 전인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사례를 들춰본다.  2000년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인 행정관리로 “일반사단법인 유품정리사인정협회”가 설립되어 ‘유품정리사’ 인증 제도로 12개 과목의 폭넓은 전문교육을 통한 업체들이 유족들에게 신뢰감을 확보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고독사에 대비한 특수청소까지 취급하는 유품정리 전문기업이 1,000여 개에 이르며 25,000여 명의 유품정리사로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0년 NHK 방송에서 전체 가구의 33%인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의 고독사 증가 등으로 야기되는 사회문제를 제시한 “무연(無緣)사회” 타이틀의 방영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죽음을 준비하는 “종활(終活)” 즉 웰다잉 문화가 파급되면서 유품정리업이 장례서비스의 블루오션 업종으로 부각되었다. 2002년 최초로 설립하여 7개 지사를 두고 있는 전문기업의 캐치프레이즈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이 진솔한 한마디가 장례에 연계된 업종임을 잘 나타낸다. 

중앙과 지방에서 행정을 경험한 필자가 출구의 일환으로 2019년 주한일본대사관 후생노동성 조사관의 자료 협조로 협회, 한국장례신문, 의료법인일산복음의료재단 공동주최로 “한국유품정리업의 공론화 제기와 웰다잉 문화”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또한 다수의 전·현직 공직자들은 물론 장례전문가들도 보건복지부의 판단이 불합리하다는 한결같은 지적과 특히 일선 사회복지사 및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들의 공감과 요구에 행정봉사가 소명의식으로 바뀌어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장례신문 대표는 “유품은 고인의 혼이자 삶의 기록이므로 존경심을 갖고 가치있게 정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하고, 웰다잉단체협의회가 참여하여 2021년 말 제출한 연구보고서 “스스로 결정하는 삶의 마무리 필요성 및 종합적 제도 지원 방안”에 유품처리의 전문화, 장례와 유품정리의 연계성, 유산 성격의 유품과 생활유품 구별 등에 대한 통합적 관리체제의 필요성을 기술하였다. 특히 경기도는 2016년 제정한 “웰다잉 문화조성에 관한 조례”를 2021년 1월 전부 개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유품정리 항목을 추가하였는데 바람직한 조치로서 이에 대한 실용성있는 시행을 기대해 본다.

이 글의 동기 유발이 되는 핵심을 집약해서 짚고 넘어가야겠다. 독거노인 및 1인 가구 가족 유고시에 유족들이 귀중품 외에 가전제품, 가구류, 의류 등의 생활물품을 재활용의 쓸모가 있음에도 대부분 챙기지를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유족 그리고 생전에 비상속 생활물품을 미리 가족으로부터 위탁 또는 위임받아 지역사회 민간복지시설이나 취약계층 가정 또는 동네 경로당 등 다중이 이용하는 공동시설에 기증하거나 생활유품정리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은 재활용의 실용성 및 경제성과 사회봉사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한 ‘웰다잉’이다. 

인증 업무를 주관한 협회는 유족이 위탁한 물품과 거소의 정리만을 취급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명칭도 유품정리사에서 “생활유품관리사”로 개칭하였다. 물론 법적 관련 사항은 취급하지 못한다. 한편 민간자격등록 인증을 웰다잉에 연계하여 국민제안을 통해 사회적 공론화를 모색하자는 제의도 있다. 모든 가정에서 겪어야 할 장례의 마무리라고 큰 목소리로 외치고 싶다. 또 하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제일 밀접한 협조 업종이 상장례업이라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장례언론을 필두로 장례 관련 각계각층에서도 함께 공조하고 있다. 시작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한국형 생활유품정리에 행정이 앞장서 길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분명히 일자리도 늘어나고 박수갈채를 받는다. 

다음은 신토불이 측면에서의 ‘웰다잉’ 용어 관련 주제를 던지고 싶다. 

‘웰다잉(Dying)’은 웰빙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이미 익숙해 있는데 “죽음”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심적 부담 및 사용에 자칫 오해 소지의 거부감이 있으므로 비록 국제적으로 공식화되었지만, 우리 정서에 부합되는 ‘웰리빙(Leaving)’ 즉 ‘떠난다’는 말로 대체하는 견해이다. “다잉”은 죽음으로 생을 종결짓는 인간의 개념이 아닌 사자(死者)가 되어 혼백이 없어지는 동물의 개념에 가까우며, “리빙”은 죽은 사람이 주어가 돼서 비록 떠나지만 영혼을 예우하는 측면에서 볼 때 다잉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진정한 죽음은 기억에서 사라질 때 온다”는 인디언 속담에서 영혼은 그 사람을 기억할 때까지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죽음을 “돌아가셨다”고 함은 원래의 자리로 갔다는 의미에서 리빙이 논리상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종교적 측면에서 기독교는 얼마 전 작고하신 이어령 교수께서 영화 “부활 : 그 증거”에 대한 해답으로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 너머에 빛이 있다는 것,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이유가 그것 때문이며, 기독교는 이를 증언하는 종교라는 것이다. 한편 불교에서 죽음은 영원한 윤회유전(輪廻流轉)으로 생명은 인연에 따라 생성소멸을 거듭하는 존재로 보고 있다. 모두 본질적으로 영혼은 영생한다는 데 의미를 같이 하고 있다. 이렇듯 종교적으로도 ‘다잉’ 보다 ‘리빙’에 의미를 두고 있어 용어의 변환을 조심스럽게 제기해본다.

끝으로 존엄한 죽음을 지향하는 ‘웰다잉’, 사후는 유족의 몫이며 생전은 자신의 결정권이 적극 반영되는 문화에서 진정한 가치가 구현됐으면 좋겠다. 고인의 애정과 혼이 담긴 생활물품과 거소를 반듯하게 정리하는 아름다운 장례문화 조성과 함께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을 적극 도모할 수 있다는 데 행정가의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이 글을 통해 새 정부에 간절하게 제시한다.

끝으로 필자가 웰다잉 연찬에 바이블로 활용하고 있는 “죽음에서 삶을 배우다! ???? 죽음 인문학” 도서에 적힌 저자의 ‘나의 묘비명’을 소개한다.


                    ⌜좋은 인연으로 왔다 갑니다.

                      자랑할 게 뭐 있습니까?

                      다 그런 거지.....뭐

                      나쁘진 않았습니다.

                      이제 먼 여행이나 떠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