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미이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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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4-06-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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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 법학박사(연세대학교 용인장례식장 근무)

 

“미이라”라는 단어를 접하면 이집트 피라미드의 미이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나라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분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미이라가 발굴되었다는 뉴스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러한 미이라가 과거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현대에도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미이라는 건조하고 서늘하면서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보존되는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다. 보통 고인이 사망하면 장례식장의 안치실(안치냉장고)에 모시고 장례를 치른 뒤에 화장터나 장지로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런 경우 미이라가 될 여지는 전혀 없다. 그러나 건조하고 서늘한 안치냉장고에 오래도록 모셔지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사고사인 경우이다. 

사고에 따른 피해보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여러 달 동안 안치냉장고에 고인이 모셔진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합의가 이루어지면 바로 장례절차가 진행되어 미이라까지 진행되는 일은 거의 없다. 여기에서는 미이라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현실의 사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고인이 장례식장에 안치된 후에 유족이 정상적으로 빈소를 차린 후 발인 직전에 사라진다. 유족의 연락처로 연락을 시도해도 통화가 되지 않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회하면 연고자가 있기 때문에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답변한다. 

그러는 사이에 수년의 시간이 흐르고 결국 관할 관청에서 전산망을 조회하여 유족과 어렵게 연락이 되었지만 유족은 본인들이 시신을 수습하겠다고만 말하고, 시신을 인수하지 않는다. 관할 관청은 유족이 직접 수습하겠다고 하면서 시신 처리 위임을 거부하니 무연고로 처리할 수 없다고 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서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의 처리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으나 위 사례는 연고자가 명확하여 해당 조항의 내용과는 상황이 다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4 장사(葬事) 업무 안내』 212쪽에서는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시신의 처리 절차를 설명하면서 가족관계의 단절 등으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경우에는 연고자에게 ‘시신 처리 위임’를 받아 처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시신 처리 위임을 명확하게 거부하는 상황아래에서는 이를 근거로 시신처리가 어렵다. 동 발간서 같은 쪽에서는 시장 등은 사망자가 연고자가 확인되어 시신 인수를 통보하였으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면서 시신처리 위임도 하지 않아 시신의 손상, 부패 등 보건위생상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연고자에게 시신인수 또는 시신처리 위임에 관한 상황을 통보하여 시신을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위의 사례는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유가족이 시신인수를 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명한 상황에서 사실상 시신 인수를 지연하는 경우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관할 관청은 어떤 경우가 시신거부와 회피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직권으로 시신처리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부처에서 명확하게 유권해석을 해주면 해결이 되는데 이에 대해서 중앙부처는 묵묵부답이다. (이러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조차도 의문이다.) 오히려 중앙부처는 시신수습의 1차적 책임은 관할 지자체 소관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명확한 규정이나 유권해석이 없는 상태에서 관할 관청은 시신처리를 꺼려하는 입장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는 누구의 입장을 이해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다. 이 시신은 누가 어떻게 수습해서 모셔야 하는가? 이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루어지는 동안 고인은 서서히 미이라가 되어간다. 수년간 안치실에서 쓸쓸하게 누워계시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