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기부문화와 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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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2-11-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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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학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장

민선시장 2번, 5선 국회의원으로 정치인의 삶을 마무리하고 사회봉사 활동으로 (사)웰다잉문화운동을 이끄시는 원혜영 공동대표께서 지난 7월 국민일보와 ‘유산기부와 유언장’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웰다잉을 연찬하는 필자에게는 새롭게 되새겨진다. 웰다잉(Well-Dying)은 죽음을 품위있고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준비 개념이다. 이를 위해 어떻게 무엇이 필요할까.

필자의 웰다잉 바이블 도서, 법조인의 ‘죽음인문학’에 ‘유언이란 사람이 사후에 재산이나 신분관계 즉, 가족문제와 재산상속관계에 관하여 어떤 법률관계를 정하는 생전의 최종적 의사표시를 말하는데 우리 민법도 유언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정의한다.

원 대표는 "유산기부를 만드는 유인책으로 유언장 작성 문화가 정착돼 유산기부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고 온전한 정신에서 작성해야 하는데, 이는 죽음 이후 이뤄지는 재산정리, 유산기부, 장례방법, 장기기증 등에 대해 미리 정리하고 결정해 놓지않으면 가족 간 이견이나 다툼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유언장은 2016년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제도화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국은 유언장을 인구 절반이 넘어 작성한다는 데 우리는 구체적인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원 대표는 기부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선도 그룹 형성이 필요하고 기독교인을 추천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평소 교회생활에서 내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훈련, 즉 십일조나 헌금을 생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가 유언장과 기부문화를 조성하는 가장 좋은 웰다잉운동의 현장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기부, 아름다운 용기의 미덕이지만 대체로 재산이 있는 사람들만의 몫으로 여겨진다.

이에 중간 정도의 행복과 평범함이 최선의 미덕인 생활 가치관의 필자는 기부와 관련하여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전유품정리는 웰다잉의 한 축이다. 기부하면 현금 등 유가증권으로만 인식되고 있는데 고인의 생활유품들이 대부분 폐기처리 되는 점에서 재활용 가치가 있는 가전제품, 가구류, 의류 등은 민간복지시설과 민간공동시설 또는 사회취약계층에게 유익한 기증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좋겠다.

2025년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중 독거노인 가구가 25%로 핵가구 및 독립가구 선호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06년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2010년 NHK방송이 ‘무연(無緣)사회’를 주제로 독거노인의 고독사 사회문제를 고발했다. 이후 이를 계기로 종활(終活)문화, 즉 웰다잉에 장례산업과 연계한 유품정리업이 제도화돼 유족의 편익 도모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도 이 문제를 2018년 설립된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다. 유족이 위탁하여 상속의 범주를 벗어난 고인 생활물품 및 거소를 정리하는 ‘생활유품관리사’의 민간자격등록이다. 장례의 실질적 마무리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측면에서 장례업과 제일 밀접하다. 지난해 한국장례협회 책자에 유품정리가 처음으로 수록됐음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이다.

우리나라에 4만3천여 개의 민간자격이 있는데 유족을 돕는 일에 아직도 법규가 없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행정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의 서글픈 한 단면이다. 우선 전문기능인 양성 차원에서 교육만이라도 시행할 수 있도록 행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거듭 제의한다. 행정가로서 평생을 함께 해온 중앙과 지방 공직자들은 국민제안을 조언하지만 필자는 보건복지부가 삶의 마무리에 대해 진솔하게 고뇌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