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鐵面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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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2-10-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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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SF 발전 연구원장/박철호(시인. 상담학박사)

얼마 전 수유역 비흡역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던 20대 여성이 아버지뻘 되는 70대 단속 공무원을 발로 차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이 여성은 가죽 재킷을 입고는 노인 남성을 발로 차는가 하면 주먹으로 목 부위를 때리는 것까지고 고스란히 녹화되어 유튜브를 탔다. 남성은 맞으면서도 그 여자의 폭행에 소수 무책이었다. 고스란히 맞는 장면과 그 여자의 얼굴까지 그대로 화면에 담겼으니 그 여자는 일거에 스타(?)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폭행하는 여자보다 그 화면이 찍히는 상황에서 그 현장을 그냥 지내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남의 일과는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지만 필자의 눈에는 독특한 가면을 쓴 자처럼 보였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은 남자나 여자를 불문하고 일어나는 다반사이다.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담배로 인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이다. 지켜야 할 예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종종 자동차 운전하면서 담배꽁초를 아무 곳이나 버리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을 본다. 심지어 대형버스나 트럭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옆 차선으로 가는 승용차가 창문을 열고 갈 경우, 담배꽁초로 인하여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한다. 

겨울철 도로변 야산에서 일어나는 산불의 원인 중 98%가 운전자들이 버린 담뱃불로 생기는 화재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을 가지고 잘됐다 잘못됐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스스로 취해야 할 행동만 잘하면 누가 뭐라고 할 필요가 없다. 꼴불견이 되어 타인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문제이다. 무엇이든지 과하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60이 넘은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 담배에 중독된 듯 급하게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미친 듯이 몇 모금을 빨았다. 그리고는 중반이나 남아 있는 담배꽁초를 버리려고 하는 순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듯한 노신사와 눈이 마주쳤다. 버리지 못하고 엉거주춤 몇 모금을 더 피우고는 잔 나무가 심어진 낮은 화단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뒤돌아서면서 겸연쩍게 웃고 있었다. 이 노신사가 어쭙잖은 그 여인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분명 가면을 쓰고 사는 여자로구만”이라고 했다. 

필자는 석사 과정 중에 그 당시로는 꽤 유명했던 상담학 교수로부터 3학점짜리 ‘가면 상담학’ 강의를 들었다. 그 교수는 가면이 치료 요법도 되지만 자기 보호 수단으로도 사용된다고도 했다. 가면을 잘 쓰면 세상살이하는 맛을 알 수 있지만, 잘못 쓰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말도 했다. 가면은 자신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도 불편을 준다고도 했다. 가면은 누구나 쓰기를 좋아한다.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꼭 가면을 써야 한다. 가면을 쓰면 훨씬 자유로워진다.

가면은 잘못된 일을 해도 그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만든다. 문제는 자신의 민얼굴 그대로 가면 쓴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요즘 들어 가면을 쓰지 않고도 가면 쓴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면을 쓰지 않은 민얼굴로 철저하게 가면을 쓴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의 민얼굴을 가면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이 철면피다.

가면을 자주 쓰는 사람은 분명 이중인격자이다. 철저하게 자기 본심을 가리고자 하는 사람이다. 가면을 쓴 사람 중에는 불의한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선한 일을 하는 사람 중에도 간혹 가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대개 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민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당연한 일은 가면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자신의 민얼굴에 철판을 뒤집어쓴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뻔뻔스러움이 도가 지나친 그들이 철면피이다. 

철면피의 사전적 의미는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다른 말로 소(쇠)가죽을 뒤집어쓴 사람을 철면피라고 한다. 철면피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낯짝을 내미는 사람들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죄를 지으면 용수라는 것을 씌웠다. 이 용수는 해방이 되고 난 후 사형자들에게도 사용되었다. 얼굴을 숨겨 주기 위한 최소한의 방편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21세기 들어와서는 민얼굴에 가면도 쓰지 않고 쇠가죽도 쓰지 않은 철면피들이 날마다 제 얼굴을 알리고 싶어한다. 어떤 사람은 어디 고을 시장을 하면서 엄청난 부정을 저지르고 국회의원이 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말이 꼬여 버벅거리면서도 국회의원이라고 꼴값질을 한다. 어떤 사람은 할머니들을 앵벌이로 만들고도 금배지를 다는가 하면 어떤 여인은 남편을 계곡물에 처박아 죽이고도 애인과 함께 패륜적인 사랑놀이를 하며 놀아난 괴물도 있다. 

세상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보이지 말아야 할 악(惡)기능들이 점점 판을 치고 득세를 한다. 언제부터인지 낯짝을 들 수 없는 사람들이 얼굴을 쳐들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오히려 스타(?) 반열에 올라 설려고 한다. 자신을 지역의 일꾼으로, 나라 일꾼으로 뽑아준 국민에게 죽도록 충성해야 할 사람들이 국민 위에, 유권자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자기편만 찾고 자기 배만 채운다면 그들은 분명한 철면피이다. 

많은 사람이 개인주의를 빙자하여 철면피가 되면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다. 어느 학자는 우리나라 인구가 2500만 이하로 내려가면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그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곳곳마다 파헤쳐진 공사장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철면피들의 놀이터는 아닌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 쇠가죽을 뒤집어쓴 철면피의 나라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