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와 극한 환경 속 스트레스에 지쳐가는 장례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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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1-03-3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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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엠바밍 대표. 의학박사 황규성


孟母三遷之敎(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성어는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교육에는 주위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이르는 말입니다. 옛날 맹자의 어머니가 묘지 근처로 이사를 하였는데 그때 어린 맹자가 보고 듣는 것이 상여(喪輿)와 곡성(哭聲)이라 늘 그 흉내만 내므로 맹자의 어머니는 이곳이 자식을 기를 곳이 못 된다 생각하여, 저자(시장) 근처로 집을 옮겼더니 역시 맹자는 이곳에서 장사하는 흉내를 내었습니다. 맹자의 어머니는 이곳도 자식 기를 곳이 아니라 하고 다시 서당(書堂) 근처에 집을 정하니 맹자가 늘 글 읽는 흉내를 내므로 이곳이야말로 자식 기르기에 합당하다 하고 드디어 거기에 안거하였다고 합니다. 이 고사성어에서 알 수 있듯 사람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환경이 행동 양식과 사고에도 큰 변화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윗글에서 맹자의 어머니는 묘지 근처의 상여와 곡성으로 인해 자식 기를 곳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죠. 당연히 묘지 근처에서는 곡성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해 지속적 영향을 받는 맹자와 어머니는 괴로웠을 것입니다.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특성인 죽은 자에 대한 애도는 그동안 깊이 연결되어있던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기 어렵기에, 인정하기 싫기에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예식인 장법으로 표현되며, 전 과정에서 큰 슬픔을 동반합니다. 장례 과정 중 발산되는 너무나도 사랑하는 이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통한의 심정과 슬픔은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정리하고 향후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카타르시스적 힘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장례 현장에서 애틋한 이별을 준비하며 장례예식을 진행하는 장례종사자는 업무 내내 이러한 슬픔이 가득한 상황에 직면해있으며, 발생되는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요? 업무 내내 슬픔과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스트레스,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 심적 정신적 타격을 심각하게 지속해서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직업 환경에 관한 지속적 스트레스에 대하여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으며 해결방안 또한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 직업군 중 이직이 가장 많고, 폭음, 성적(性的) 문제, 고소, 고발, 뒷이야기 등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러한 직업 환경 때문은 아닐지? 대부분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존엄성과 유족 예우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쓰는 나머지 정작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 이러한 직업적 스트레스로 발생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오히려 본인을 자책하거나 성격 또는 정신적 이상을 토로하며 이직을 하거나 극단적으로 가정이 깨어지는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직업 환경에 따른 스트레스가 정말 직업종사자에 영향을 미칠까요?


혹시 여러분은 정신과 의사가 자살률 1위 직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지만, 상대하는 환자 대부분이 우울한 사람, 부정적인 사람, 삶을 비관하는 사람, 공황장애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거나 분노 조절이 안되거나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고 또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공감 능력이 높아야 하기에 결국 해당 환자의 병을 그대로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료 후 이러한 좋지 않은 정신적 상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정신적으로 회복 불능한 상태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미국에서도 의사의 자살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의사의 자살률은 일반인의 약 1.8배이며, 레지던트 의사의 28%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이는 비슷한 연령의 일반인들에 비해 무려 네 배나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미국 의사들만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정신 장애는 20명 중 한 명, 알코올 중독은 10명 중 한 명, 마약 중독은 100명 중 한 명, 절반이 이혼했거나 결혼 생활이 파탄 났고, 1/3 이상이 암페타민 등의 중추신경 자극제, 바비튜레이트 등의 수면제를 상용하고, 약 1/3이 정신과에서 진찰받아야 하는 중증 정신 장애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의사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거라고 생각되네요.


이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한국 장례지도사의 직업적 환경을 살펴볼까요? 한국의 장례지도사들이 매일 겪는 일들은 남들이 모두 피하고 꺼리는 죽음을 맞이한 시신(부검체 포함)과 유족들의 슬픔, 감정적 소용돌이 속에 벌어지는 싸움들 속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일과를 지낼 환경적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육체적으로도 근무 밤샘, 염습 등 힘들고 지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에 육체적, 심적 및 정신적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정의한 건강의 기준에 모두 위배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지요(WHO 건강의 정의 :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좋은, 완전한 상태를 의미하며, 단지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위의 통계에서 정신과 의사가 자살률 1위라고 나오지만, 이는 반드시 면허가 있어야 취업이 가능하고 사회적 존경을 받는 직군이며, 본인의 경력이 코호트 조사 등을 통해 질환에 이르게 한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기에 가능한 직업환경에 의한 통계연구 결과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장례지도사는 장례관련 직종에 근무하다 그만두고 다른 직종을 선택해 근무하다 정신적 육체적 질병에 걸려서 문제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 문제가 장례지도사로 근무 중에 발생한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없기에 장례관련 작업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 연구가 불가능하다는데 있습니다. 유추해보건대 일반인에 비해 장례지도사의 스트레스는 상당하리라 생각하며 극한 상황(교통사고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 처리, 오랫동안 부패되어 부패취가 심한 시신, 유족의 극한 감정적 반응에 대응, 24시간 맞교대에서 오는 육체적 극한 피로 등)에 놓인 장례지도사의 경우, 의사들의 스트레스보다 더 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장례지도사는 의사처럼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기에 극한의 직업적 소명감이 없을 경우 직업 자체에서 오는 괴리감 또한 상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향후 장례지도사의 직업 환경에 대한 분석 및 대처방안이 강구되어야 된다고 생각되며, 심적 및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한 직업인만큼 이에 대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회에서는 직업 환경에서 발생된 장례지도사가 가지고 있는 심적, 정신적 및 육체적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극심한 피로감으로 인해 정신 및 심적 질환이 상당한 직업 중 하나일 수 있음과 이에 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적 스트레스에 의해 잠재된 성격장애가 발현될 수 있으며, 또는 가지고 있는 성격장애가 더욱 악화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다음 회에는 유년기부터 발현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주변 환경에 의해 발현될 수도 있는 10가지 성격장애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