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문화가 세대간·종교간 갈등 ‘또다른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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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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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갑작스레 모친상을 당한 서울에 사는 직장인 고재명씨(48·가명)는 장례식을 마친 후에도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안의 장남으로서 처음 당한 상이라 장례절차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막막했던 그는 형제 및 장의사와 의논한 끝에 장례식장에서 진행하는 관례에 따랐다. 고인이 특별히 유언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화장해 납골당에 안치하기로 하고 장례절차도 최대한 간소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형제간 합의된 내용이 부친과 주위 어른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친은 “화장을 하면 사람이 두번 죽는 것”이라며 반대했고, 납골당 안치도 못마땅해했다. 고향 마을에 선산이 있는데 굳이 납골당에 안치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집안의 다른 어른들도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곤 하지만 조상들이 한장소에 있어야 후손들간 결속력이 생기고, 이로 인해 자주 모일 수 있다”고 했다.

향후 묘지관리나 벌초 문제 등을 고려할 땐 납골당 안치가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그는 “부모 세대들의 가치관이 요즘 현실과는 맞지 않지만 이를 반대할 경우 불효자식(?)이란 소릴 들을까 봐 어른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장례과정에서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종교적인 문제였다. 서로 종교가 다른 형제들은 전통의식에 따르자는 측과 제단에 음식을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상주나 문상객이 고인에게 절하는 의식조차 반대하는 측으로 양분됐다. 종교적인 문제로 형제간 갈등이 생기자 고씨는 결국 절충안을 제시해 이를 수습했다. 특정 종교가 없는 고씨는 우여곡절 끝에 장례를 무사히 치렀지만 이후 형제간 종교적인 입장 차이로 마음의 벽이 생긴 것 같아 가슴이 무겁다고 말했다.

고재명씨의 사례이긴 하지만 우리의 장례문화는 이같이 신·구세대간, 그리고 종교적인 입장에 따라 아직도 보이지 않은 장벽과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의 의식을 치르는 장례의식은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그것을 전통 관습에 의해 행하든 종교적 입장에서 행하든 서로가 인정하면서 절충안을 찾아 의식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아름다운 장례문화’를 저술한 김무조씨는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종교적인 이해와 함께 가족형제간 입장 차이를 줄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